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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아나스타샤, 엔젤 위한 모정의 손끝→불길에도 살아난 모녀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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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아나스타샤, 엔젤 위한 모정의 손끝→불길에도 살아난 모녀의 용기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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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빛으로 문을 밝히는 딸 엔젤의 미소에, 아나스타샤는 삶의 마지막 희망을 붙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불의 비극 속에서 남겨진 어머니와 딸이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견뎌온 한 해의 시간을 따라간다. 단둘뿐인 가족은 거센 이방의 벽, 사라진 아이들과 남편의 그림자를 가로질러 매일을 버텨왔다. 딸의 살아 있는 웃음이 엄마의 숨을 다시 고르게 했고, 쓰라린 상실을 견디는 손끝엔 절박한 사랑의 온기가 스며 있었다.

 

모든 것이 불에 삼켜진 2023년 3월, 아나스타샤는 엔젤만을 안고 2층에서 뛰어내려야 했고, 네 아이는 그녀의 품을 떠나야 했다.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나이지리아로의 귀국마저 좌절된 현실, 무엇 하나 남지 않은 삶 한가운데 남편의 이별은 그 등을 더욱 차갑게 했다. 단돈 5만 원만을 손에 쥔 채, 눈앞에 남은 건 막막함과 홀로 서야 할 절벽뿐이었다.

불길 속 희망을 품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아나스타샤, 엔젤을 지키는 시간→모녀의 용기 되살리다 / SBS
불길 속 희망을 품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아나스타샤, 엔젤을 지키는 시간→모녀의 용기 되살리다 / SBS

삶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은 엽서 포장 부업. 한 달 40만 원도 힘겹게 받아드는 생활은 아이스크림 하나조차 선뜻 사줄 수 없는 참담함을 남겼다. 낮은 언어의 벽, 고단한 거리의 밤, 벗 없는 낯선 도시와 맞서며 아나스타샤는 엔젤의 손을 붙잡는다.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벽 앞에서, 엔젤의 해맑은 눈망울이 어둠을 비춘다. 아무리 고단해도 좌절하지 않는 딸의 존재는 아나스타샤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이자, 내일로 나아갈 힘이 된다.

 

그녀는 한국에서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은 아이들의 추억을 안고 산다. 집안 가득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 그림처럼 남은 일상 속 순간들이 흐르는 매일을 지탱했다.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사랑을 잃고도 용기를 잃지 않는 모정의 순간을 깊은 시선으로 담아냈다. 눈물어린 인터뷰와 차분하게 흐르는 화면, 서로를 지키는 손끝마다 흐르는 온기는 시청자에게 먹먹한 연민과 따뜻한 위로, 그리고 오늘을 견뎌내는 용기를 전했다.

 

모든 것을 잃고도 다시 피어나는 용기, 끝자락에서도 놓지 않는 사랑이 이 다큐멘터리의 진한 울림으로 남았다.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9월 16일 화요일 오후 1시, 시청자와 함께 눈물과 희망의 기록을 맞이한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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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스타샤#엔젤#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