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는 영어로 말한다”…마이크로소프트, 언어 격차에 따른 디지털 불평등 심화 경고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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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2025년 11월 1일, 미국(Microsoft 본사)은 ‘AI 확산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전기나 인터넷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지만, 인프라와 언어 격차로 거대한 기술 불평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이번 분석은 AI 채택의 급진전이 세계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에 대해 각국 정부와 산업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사용 인구는 이미 약 12억 명에 이르고 있으나, 실제 기술의 주요 수혜자는 영어 등 ‘고자원 언어’ 사용자에 집중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AI는 영어로 말한다”고 지적하며, 하우사어·벵골어·치체와어 등 저자원 언어권 시민들이 AI 접근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강조했다. AI 시스템 대다수가 영어 기반 데이터로 학습된 결과, 세계 7천여 개 언어 중 상당수가 기술 발전에 동등하게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다.

마이크로소프트, AI 확산 속 ‘언어 격차’ 경고…신흥국 디지털 불평등 심화 우려
마이크로소프트, AI 확산 속 ‘언어 격차’ 경고…신흥국 디지털 불평등 심화 우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가 59.4%, 싱가포르가 58.6%, 노르웨이가 51.9% 등 높은 AI 채택률을 보인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남아시아·중남미 일부 국가는 도입률 10% 이하에 그쳐 신흥국의 ‘디지털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인터넷 보급·전력 공급·기술 교육 등 기본 인프라의 불균형이 배경으로, AI가 가속화할수록 국가 간 경제와 사회 구조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이슈로 부상한다.

 

전력 문제 역시 장애물이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53.7GW)과 중국(31.9GW)이 전 세계에서 압도적이며, 유럽의 독일(8.5GW), 영국(7.4GW) 순이다. 그러나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약 7억 명이 안정적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AI 확산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전력 및 컴퓨팅 자원 접근권’ 문제가 국제적 불평등의 변수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성장 잠재력을 언급하면서도 “문제는 인프라의 규모가 아니라 정부와 민간, 교육계, 시민사회에 걸친 조정력”이라고 진단했다. 각 주체 간 분산된 노력과 전략 부재가 AI 경제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협력적이고 포괄적인 생태계 구축 없이는 격차 해소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AI 시대, 오히려 신흥국의 디지털 소외가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고, BBC는 “언어 불평등이 신흥 글로벌 계급 체계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CNN 역시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접근성의 불평등이 국제 논의의 핵심 과제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그 자체보다 ‘접근권’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AI의 경제적·사회적 효용이 소수 국가와 계층에 집중될 경우, 앞으로 수십 년간 글로벌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속도’와 ‘격차’가 공존하는 AI 확산 국면에서 각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국제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전망이다.  

이번 보고서가 향후 국제 질서와 개발 격차에 어떤 새로운 함의를 던질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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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ai확산보고서#언어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