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로 사단장 처벌할 수 있나”…윤석열, 채상병 조사결과에 이종섭 강하게 질책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책임 소재를 두고 정치권이 다시 격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강하게 질책한 사실이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의 특검 진술로 드러나면서, 정국이 새로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회의 상황 전달과 이어진 국방부 조치가 맞물리며 청와대-국방부 라인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됐다.
임기훈 전 비서관은 7월 25일 특검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당시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회의 막바지에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적시한 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하며 이종섭 전 장관을 회의실 전화기로 곧바로 연결할 것을 지시했다.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임기훈 전 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전화기를 통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고 이 전 장관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통화는 오전 11시 54분부터 2분 48초간 이어졌다. 임 전 비서관의 진술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은 그날 오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도 공유됐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처음 폭로한 ‘VIP 격노설’에 대해, 박 단장은 김계환 전 사령관으로부터 해당 상황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해온 바 있다. 이번 특검 조사에서 조태용 전 실장도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이종섭 당시 장관을 질책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가 끝난 뒤 18초만에 이 전 장관이 김계환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초동조사 기록 경찰 이첩 보류’와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한 사실에서 한층 증폭됐다. 이종섭 전 장관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임기훈 전 비서관 증언 등으로 보는 관점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치권은 해병대 수사단의 당초 조사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적시했으나, 국방부가 이첩 보류 후 재검토를 거쳐 대대장 2명만 경찰에 사건을 넘긴 과정을 두고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고, 여권은 절차적 정당성과 국방부 판단 존중을 강조했다.
정가에서는 임기훈 전 비서관의 이번 특검 진술을 계기로 청와대-국방부 핵심 라인의 ‘의사결정 경로’와 ‘대통령 개입 범위’에 대한 국회 차원의 추가 진상조사 및 청문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국회는 채상병 사건을 둘러싼 핵심 인물들의 상반된 증언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정치권은 향후 특검 수사 경과에 따라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