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걷는 갯골생태공원”…서해안 시흥에서 만난 여유와 자연의 위로
요즘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으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특별한 나들이였던 갯벌 산책이나 섬 여행이, 이제는 일상의 숨통을 틔우는 소박한 휴식이 됐다. 그것은 날씨가 흐린 날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도 서해안과 맞닿은 시흥은 도시 곁에 실핏줄처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오늘 시흥은 26도의 흐린 하늘, 습도 80%의 촉촉한 공기, 바람마저 온순하게 분다. 자연스럽게 하루를 걷고 싶은 마음이 이곳에서 커졌다.

갯골생태공원부터 오이도, 용도수목원까지—SNS에는 이색 풍경을 만난 이들의 인증샷이 이어진다. 염생 식물이 우거진 갯골 사이 산책로를 걷노라면, 도시의 소음은 저절로 잦아든다. 소금창고와 풍차는 마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 저녁 노을 아래 서해의 고요함에 길을 내준다.
오이도는 서해의 넓은 수평선과 붉은 등대를 품은 섬이다. 물이 빠진 갯벌엔 해양 생물이 숨바꼭질하듯 나타나고, 바닷바람과 해산물 식당의 풍경이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저녁 무렵엔 석양이 붉은 등대를 감싸며 여행자들의 사진에 오래 기억될 한 장면을 남긴다.
용도수목원에선 계절마다 얼굴을 바꾸는 나무와 꽃들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잘 가꿔진 숲길은 걷기만 해도 마음이 정돈되는 기분이다. 희귀한 식물을 골목마다 만나는 즐거움,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한 변화들이 내면도 환기시킨다.
이런 변화는 사람들의 체감에도 반영된다. 한 시민은 “도시의 시간에서 잠시 빠져나와 바다향 가득한 시흥에서 걷다 보면, 생활의 피로가 조금은 덜어진다”고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평일 저녁이나 주말 무렵이면 가족, 연인, 혼자 걷는 이들까지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모인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자연 산책 열풍을 ‘일상 속 작은 리셋’이라고 정의한다. 자연의 소리와 냄새, 바람의 감촉이 자극보다는 위로를 전한다는 설명이다.
내가 이 길을 걸을 때도 그랬다. 작은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 바닷가 갯벌에 스며드는 발자국, 잠시 머무는 바람 덕분에 어제와는 다른 공기가 흘러들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냥 걸었을 뿐인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이야기를 남긴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계절이 바뀌고, 기분이 쌓이고, 삶의 리듬이 어긋날 때 흔히 찾게 되는 곳—시흥의 자연은 단지 풍경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작은 신호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