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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키운다…네이버 두나무 인수로 핀테크 도약

강다은 기자
입력

스테이블 코인 중심의 가상자산 금융이 빅테크 핀테크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네이버가 두나무를 품으며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단순 투자나 제휴를 넘어 결제 플랫폼과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를 수직 결합해 네오뱅크 모델을 정면으로 겨냥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증권가는 이번 딜을 광고와 커머스 중심이던 네이버 수익 구조를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기반 금융으로 확장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전날 공시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를 100퍼센트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신주 8755만9198주를 발행하며, 기업 가치 비율은 1 대 3.065, 주식교환비율은 1 대 2.542로 책정됐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두나무의 가상자산 거래소와 인프라가 네이버 금융 생태계 안으로 편입되면서 디지털 결제와 가상자산 서비스 통합이 본격화하게 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통합으로 네이버는 가상자산과 스테이블 코인 관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기존 광고, 커머스, 콘텐츠에 더해 핀테크 사업에서 의미있는 성장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상황에서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관련 시장 내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나 원화, 국채 등 실물 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디지털 토큰을 말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변동성 큰 코인과 달리 결제와 송금, 예치, 대출의 기반 통화로 쓰기 적합해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네이버와 두나무 결합의 핵심도 스테이블 코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지갑과 결제 네트워크를 통합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 구조를 만드는 데 맞춰져 있다.

 

안 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에서 부상하는 네오뱅크 흐름을 이번 딜의 기술적·사업적 배경으로 짚었다. 네오뱅크는 지점 없이 디지털 채널만으로 예금과 결제, 대출을 제공하는 인터넷 기반 은행을 가리킨다. 안 연구원은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네오뱅크 테마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스테이블 코인 지갑 또는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가 은행 계좌 역할을 하는 탈중앙화 뱅킹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즉 전통 은행의 계좌 대신 블록체인 지갑과 디지털 토큰을 중심으로 자금 이체와 결제, 자산 운용을 처리하는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두나무는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통해 국내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해 왔다. 안 연구원은 “두나무의 가상자산 관련 기술과 사업 영향력, 네이버페이의 결제 시장 내 높은 영향력이 시너지를 일으켜 의미있는 성장이 나타날 전망”이라며 “가상자산 투자뿐 아니라 결제, 송금, 자산관리까지 통합하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관점에서 이번 결합은 국내에서도 가상자산과 실물경제 결제를 잇는 인프라 경쟁이 가속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에서는 이미 페이팔 등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 코인과 결제 네트워크를 연동해 디지털 달러 기반 결제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은행과 빅테크가 연합해 엔화, 싱가포르달러 표시 스테이블 코인 개발과 시범 결제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네이버와 두나무 결합이 더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결제와 가상자산 양쪽을 모두 쥔 플레이어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규제 측면의 변수가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과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아직 정교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스테이블 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은행법과의 관계 설정과 함께 발행 주체의 책임, 준비금 관리,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과 보고 의무 강화 등 규제 틀을 정비하는 중이며, 스테이블 코인을 결제에 활용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 지배구조와 재무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안 연구원은 “네이버는 주식 교환이 마무리된 네이버파이낸셜의 1, 2대 주주의 의결권을 확보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연결 종속법인으로 유지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합병이 마무리되는 2027년 이후 4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광고와 커머스 중심의 수익 구조에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디지털 자산 기반 금융상품, 국제 송금과 결제를 포함한 핀테크 수익이 더해지면서 수익원 다각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했을 때 네이버의 행보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직접 품어 안겠다는 방향성에서 차별성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IT 기업들이 금융 규제 부담을 의식해 자체 거래소보다는 결제 수단 제공과 파트너십에 머무른 사례가 많았다. 반면 네이버는 두나무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거래 인프라와 결제 플랫폼을 모두 확보해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스테이블 코인 발행과 크로스보더 결제, 디파이 연계 서비스까지 염두에 둘 수 있는 포지션을 선택한 셈이다.

 

증권가는 향후 관전 포인트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스테이블 코인을 어떤 구조로 발행하고, 결제와 투자 서비스에 어떻게 녹여낼지다. 둘째 금융당국과의 규제 협의 과정과 그에 따른 서비스 출시 속도다. 셋째 가상자산 가격 변동과 규제 뉴스에 따라 실적이 얼마나 연동될지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 코인과 네오뱅크 모델은 잠재력이 큰 만큼 규제와 신뢰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외형 성장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T와 금융, 블록체인의 경계가 빠르게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두나무 결합은 국내 디지털 금융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통합이 스테이블 코인 기반 핀테크 서비스로 실제 수익과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제도권 금융과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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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