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EU, 9년 만에 무역합의”…원자재 무관세 수출 본격화
인도네시아와 유럽연합(EU)이 9년에 걸친 협상 끝에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최종 합의했다. 최근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다. 협정의 공식 서명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협정이 발효되면 인도네시아가 EU로 수출하는 원자재의 80%가 무관세로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EU가 인도네시아에 부과했던 15%의 관세, 미국이 매기던 19%의 관세 부담을 크게 덜 전망이다. 적용은 이르면 1, 2년 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역시 자동차, 농산물 등 주요 공산품의 관세를 인도네시아 측에 낮추게 된다.

양측의 지난해 교역 규모는 300억달러에 달한다. 인구 3억명 규모의 인도네시아는 EU 입장에서 유망한 소비시장인 동시에 니켈, 팜유 등 자원의 전략적 공급처다. EU는 인도네시아의 5위 교역 상대이기도 하다. EU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협정이 유럽 청정기술과 철강 공정에 필수적인 핵심 원료 공급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원자재 수입단가 인하, 생산 차질 완화 등 긍정적 효과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중국에 대한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무역 루트 다변화가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쌍방 간 공급망 안정화, 교역 확대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경제연구소 관계자는 “EU의 동남아 진출과 동시에 인도네시아의 산업 고도화에도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갈등 요소도 남아 있다. 최근 도입된 EU 산림파괴법과 관련해 인도네시아는 소규모 농가의 준수 현실을 지적하며 일부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도 병행되는 상황이다. EU 내부적으로도 27개 회원국 과반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어 변수로 꼽힌다.
EU는 인도네시아 외에 인도, 말레이시아, 호주 등 다른 아시아 신흥국들과도 무역협정을 적극 추진 중이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양측 교역과 협정 비준 절차,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