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이노베이션 항노화 2a상 돌입…헬스스팬 경쟁 가속
항노화 기술이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새 성장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이 본격적인 임상 무대에 올라섰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관계사 지아이롱제비티와 함께 호주에서 항노화 임상 2a상을 개시하며, 인간의 건강수명 연장을 내건 국제 기술 경쟁인 엑스프라이즈 헬스스팬 대회 결승 진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을 결합한 이번 접근이 항노화 패러다임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19일 호주 벨베리 인체연구윤리위원회로부터 항노화 연구를 위한 임상 2a상 승인을 받아, 관계사 지아이롱제비티와 공동으로 임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승인일은 11월 17일로, 해당 시험은 건강한 성인과 암 생존자를 포함한 총 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호주 보건당국인 TGA로부터 임상시험 통보 승인도 이미 확보해, 현지 규제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임상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GI 102와 지아이롱제비티의 마이크로바이옴 후보물질 GIB 7 병용 투여에 초점이 맞춰졌다. GI 102는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조절해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면역항암제로, 항종양 효과뿐 아니라 전신 면역 시스템을 조율하는 기전이 주목받아 왔다. GIB 7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재구성해 염증 수준과 대사 상태를 개선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후보물질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한 질환 치료가 아닌 노화 관련 핵심 생체지표를 종합적으로 관찰하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시험 대상자는 GI 102와 GIB 7을 병용 투여받고, 면역 기능 지표, 근력과 근지구력, 뇌 인지 기능 등 건강수명과 직결되는 다양한 지표를 평가받게 된다. 회사 측은 노화 관련 기능 저하를 단일 지표가 아니라 전신 기능의 복합 변화로 포착해, 향후 항노화 기술의 임상 평가 프레임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 병용 전략은 최근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도 활발히 논의되는 영역이다. 면역계를 직접 자극하는 약물과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정하는 접근을 결합하면, 전신 염증 반응과 면역 균형을 보다 입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가설에 기반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지아이롱제비티는 이러한 조합이 암 생존자의 장기 후유증 관리와 건강한 성인의 노화 속도 조절 모두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성 측면에서도 항노화 분야는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스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항노화 시장은 2024년 779억 달러 수준에서 2034년 1409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6.8퍼센트로 예상되며, 단순 화장품이나 미용 시술을 넘어 면역·대사·인지 기능을 겨냥한 헬스스팬 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도출될 경우, 지아이이노베이션 측은 헬스스팬 중심의 새로운 항노화 치료 플랫폼으로 확장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내년 엑스프라이즈 헬스스팬 대회 결승 진출을 목표로 삼은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엑스프라이즈 헬스스팬 대회는 인간의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술 경연으로, 전 세계 약 600개 팀이 참여해 현재 40개 팀이 준결승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 최종 결승에 진출할 10개 팀은 2025년 7월 발표될 예정이며, 결승 진출팀은 각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최종 우승팀에게는 1000억원 규모의 상금이 2030년까지의 최종 경쟁을 통해 돌아간다.
이번 호주 임상 2a상은 엑스프라이즈 평가 지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헬스스팬 대회는 단순 수명 연장이 아닌, 질병 부담을 줄이고 기능적 독립성을 유지하는 건강수명 지표에 초점을 맞춘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면역, 근력, 뇌 인지 기능을 통합 평가 대상으로 설정한 것도 이러한 국제 평가 프레임을 고려한 설계로 해석된다.
글로벌로 보면 항노화·장수 기술 경쟁은 이미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노화 관련 경로를 겨냥한 신약 개발과 더불어, 혈장 교환, 세포 노화 조절, 유전자 편집 등 다양한 접근법이 임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동시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만성 염증과 대사질환을 조절하는 시도가 늘고 있어, 지아이롱제비티의 GIB 7과 같은 후보물질은 글로벌 파이프라인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차별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항노화 적응증 설정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임상 설계와 데이터 해석 과정에서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 호주는 비교적 유연한 임상시험 환경과 생체지표 기반 연구 경험을 갖추고 있어, 초기 단계 항노화 후보물질 검증의 시험장으로 자주 선택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호주 임상 결과를 토대로 향후 다른 국가에서의 후속 연구 및 규제 전략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는 이번 임상 2a상 착수가 엑스프라이즈 결승 진출을 향한 결정적인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임상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단기간 내 안전성과 생체지표 변화를 확인하는 탐색적 연구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본다. 다만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 병용이라는 이례적인 조합이 실제 헬스스팬 개선 신호로 이어질 경우, 후속 대규모 임상과 파트너십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노화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글로벌 차원에서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어떤 데이터와 임상 설계로 존재감을 드러낼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항노화 2a상 결과가 헬스스팬 중심 바이오 시장에서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지아이롱제비티의 입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