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상표권 30건 출원”…카카오 금융 계열사, 제도 정비 전 선점 경쟁→한국은행·BIS ‘금융 안정 리스크’ 경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겨냥한 선제적 움직임에 본격 나섰다. 양사는 최근 특허청에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관련 명칭으로 30건에 달하는 상표권을 대거 출원했다. 이 같은 행보는 국내외 제도화 논의와 맞물리며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준비전을 예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BKRW, KRWB, KKBKRW, KRWKKB 등 네 개의 스테이블코인 명칭을 두고,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금융거래 서비스, 채굴업 등 세 개 분야에서 총 12건의 상표권을 등록했다. 은행 측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대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사업그룹 산하 투자 조직은 가상자산 관련 기술, 법령, 시장 환경을 긴밀히 추적하며 본격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역시 KRW 연동 명칭으로 18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최근 국회 주도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고, 시장에 제도화 기대감이 번지면서 이들 계열사의 선제 움직임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대 심리가 급격히 높아졌고, 시장에서는 카카오 관련 기업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6월 들어 주가가 57% 올랐고, 카카오페이 주가는 같은 기간 143% 상승해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한편, 정부와 국제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동반되는 리스크에 한층 예민한 시선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과 외환시장 충격 등 다양한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디페깅이나 대규모 상환 요구를 받을 경우 ‘코인런’ 사태가 일어나 단기자금시장과 은행 유동성, 전반적 금융안정성을 크게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더 나아가 스테이블코인이 예금자 보호나 중앙은행 대부 기능 같은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운영되는 취약성을 지적했다. 블록체인 취약점, 암호화폐 범죄 악용,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에 따른 환율 불안과 자본 유출 등도 지적됐다. 일상 결제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 은행 신용 창출 약화 등 통화 주권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시장을 주도할 주체를 민간에서 중앙은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IS는 올해 연례보고서를 통해 19세기 미국의 사설 은행권 난립 상황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반복될 위험성을 들어, 자산 담보의 투명성 문제도 깊이 지적했다. 투명한 준비금 운용과 중앙은행 주도의 ‘통합 원장’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미 2천309억 달러, 한화 기준 322조 원까지 성큼 성장했고,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실물 결제와 가치 저장의 기능까지 흡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정치권 논의의 중심에 오르며 각 금융사, IT기업, 정부 당국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국면이다.
이렇게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선보인 상표권 출원은 제도화 국면에서의 시장 선점전이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임과 동시에 법과 제도의 견고한 장치 없이는 금융시장 전체에 미묘한 파장과 불확실성을 안길 수 있는 징후다. 향후 정부와 관련 당국의 정책, 규제 방향,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 시장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디지털자산 생태계에 발을 들인 모든 금융소비자와 기업, 투자자는 제도와 리스크 사이 첨예한 대립과 변동에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곧 다가올 법제화 논의와 금융안정 대책 발표가, 새로운 질서의 서막을 알릴 신호탄이 될 것으로 만연한 긴장감은 가라앉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