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점유율 정체”…한국, 내수 확대 해법 주목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이 글로벌에서는 고성장세를 보이지만, 한국 내수 시장의 저조한 점유율이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임상적 효능은 유사함에도 저렴한 가격, 의료비 절감 등 이점이 실질적으로 환자와 의료현장에서 체감되지 않으면서,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유럽과 미국에서 거둔 성과에 비해 내수에선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업계는 이번 현상을 ‘한국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와 외부 연구진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항 TNF-α 계열 바이오의약품(휴미라, 레미케이드)을 중심으로 2016~2022년 국내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바이오시밀러 진입 후에도 오리지널 의약품 비중이 여전히 60~9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특허 환경, 지원 정책의 미비, 의료진·환자 인식 부족 등이 꼽힌다.

기술적으로 바이오시밀러는 유전자재조합을 통한 단백질 기반 치료제를 저분자 화합물 복제약과 달리 세포주 개발, 정제공정 등에서 오리지널과 유사하게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생물학적 동등성(동일한 치료효과)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 데이터가 국제적으로 요구된다. 인증 및 승인 절차에서도 글로벌 표준 대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효과·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구조를 보면, 유럽과 미국 모두 급여 정책, 교체 처방의 제도화, 약가 경쟁 등에 힘입어 바이오시밀러 도입 3년 이내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유럽은 바이오시밀러 가이드라인 제정과 참조가격제(동일 효능군 내 의약품 상한 가격 보상 후 환자가 차액 부담)를 통해 저가 시밀러 확산을 유도한다. 반면 한국에는 이러한 시장 유인책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실제로 휴미라·레미케이드 오리지널 대비 바이오시밀러 약가는 10~15% 수준으로, 유럽의 40~50% 차감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별 특허 전략도 시장 진입 지연에 영향을 준다. 미국의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보유사가 다양한 특허를 3배 이상 출원하며, 특허침해 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해 바이오시밀러 상용화가 유럽보다 평균 2년 이상 늦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교체 처방 활성화, 보험 등 정책 지원 등은 유럽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국내 약가 제도 개선과 참조가격제 도입, 의료진에 대한 인센티브, 환자 대상 정보 제공 프로그램 등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의사 200명 설문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 경험이 56.5%로 유럽(83%)에 비해 현저히 낮았고, 미처방 이유로는 효과·안전성 우려가 1순위로 꼽혔다. 이에 따라 바이오시밀러의 실사용 데이터와 글로벌 사례에 기반한 홍보·교육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업계는 또, 의료기관의 구매·재고 부담 완화, 바이오시밀러 입찰제 추진 등 시스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약가차가 미미한 상황에서 환자가 오리지널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 의사의 공신력에 따라 ‘노시보(nocebo)’ 효과(심리적 불신에 따른 치료효과 저감) 발생 가능성도 지적된다. “가격인하 등 실질적 접근성 제고와 신뢰도 확립이 병행돼야 시장 정착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 진단이다.
산업계는 바이오시밀러가 실제 국내 의료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력, 정책, 인식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글로벌 바이오의약산업 강국 도약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