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킹부터 아트마켓까지”…양재천에 펼쳐진 일상의 예술장터
노을이 지는 오후, 양재천 강변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레 발길이 머문다. 예전엔 단순한 산책코스에 가까웠지만, 요즘 이 길 위에서는 음악과 예술,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흐른다. ‘양재아트살롱’이 시작된 이후, 양재동은 계절이 무르익는 9월부터 10월까지 예술 속 시민의 동네로 변신했다.
요즘은 버스킹 무대를 즐기며 저마다의 감정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들, 손끝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 그리고 산책길을 따라 소소한 아트마켓 부스를 둘러보는 가족 모습이 흔한 풍경이 됐다. SNS에서도 ‘양재아트살롱 인증샷’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열두 살 딸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 유영진(39)씨는 “평소 산책하던 곳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변해 신기했다”고 느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주요 아트마켓과 야외 행사에 참여하는 지역 예술인과 소상공인은 해마다 늘고 있고, 가족 단위 나들이객의 방문도 예년보다 많아졌다. 서초구와 지역 단체가 함께 꾸려가는 이번 행사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즉석 노래방, 포토존과 먹거리 푸드트럭까지 곳곳에 배치됐다. 전통공예, 슈링클스 키링, 반려견 산책 챌린지 등 자신만의 취향을 내세울 수 있는 체험도 많다. 양재아트살롱 실무자는 “예술을 ‘구경’하는 축제에서 머무르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는 일상’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버스킹 공연 보며 걷는 산책이 처음으로 설렜다”, “아이와 함께 직접 공예작품을 만들며 추억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는다. 자연스레 어우러진 시민의 모습에서 ‘이런 문화라면 매년 기다릴만 하다’는 기대도 읽힌다.
양재아트살롱은 누구나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길목에 예술의 온기를 불어넣고, 주민과 방문객이 한 데 어울리는 느슨한 공간이 된다. 각자가 가진 취향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부딪히며, 우리 삶의 평범한 일상이 조금씩 다채로워지는 현장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