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석 사유서 냈지만 구인장 집행 필요"…법원, 윤석열·김용현 강제구인 방침
내란 재판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거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관련 재판에서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강제 구인 방침을 밝힌 가운데, 증인으로 법정에 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선서와 증언을 잇따라 거부해 긴장감이 높아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는 19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재판은 비상계엄 관련 책임을 놓고 전직 국무총리와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이 연루된 가운데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이날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 대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불출석 사유서가 제출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두 사람은 구인영장이 발부돼 있고, 강제처분 형태로 영장이 발부돼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사자 의사와 관계 없이 집행이 필요하다는 게 재판부 입장"이라고 밝혀 두 사람에 대한 구인장 집행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법정 내 질서 유지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재판부에는 질서 유지 의무가 있다"며 "위반 행위가 있을 시 1차 경고, 2차 퇴정, 3차 감치를 위한 구속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부족할 경우 법정 모독으로 형사고발 하겠다"고 덧붙여 소란 행위에 대해 형사절차를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못 박았다. 우리나라 형법에 별도의 법정모독죄 조항은 없지만, 법정 소란이나 재판 방해 행위에 대해 형사고발까지 각오하겠다는 재판부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이날 오전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선서와 증언을 전반적으로 거부하면서 심문이 평행선을 그렸다. 이 전 장관은 현재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돼 별도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증인석에서 "관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전제한 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선서를 거부할 수 있다. 저는 선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피하기 위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보였다.
재판부가 선서 거부에 대해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하자, 이 전 장관은 "그러시라"고 짧게 답했다. 이후 진행된 내란 특별검사팀의 주신문 과정에서도 이 전 장관은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특검팀이 비상계엄 당일 일정을 묻자 이 전 장관은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바쁜 날이었다. 일정도 많았고, 기억도 안 나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여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특검팀이 "당일 오전 국무회의 후 김 전 장관과 이야기하던 중 오늘 오후 9시쯤 들어오라고 했는데, 왜 들어오라고 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만 답해 사실상 진술을 거부했다.
또 특검팀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원탁 위에 비상계엄 22시 전국이라고 적힌 것을 봤다고 진술했는데 맞느냐", "집무실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말한 사실이 있느냐", "피고인인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말한 사실이 있느냐" 등 핵심 경위를 캐물었지만, 이 전 장관은 모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질문 과정에서 특검과 이 전 장관 사이 신경전도 이어졌다. 특검팀이 "소방청에 전화한 게 단전·단수 지시가 아니면 대상이 되는 언론사 5곳을 말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추궁하자, 이 전 장관은 "이게 한 전 총리에 대한 것과 관련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특검팀이 그의 진술조서 내용을 근거로 추가 질문을 이어가자, 이 전 장관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인데 왜 저에 대한 것을 물어보시느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전 장관이 대부분의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증인신문은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재판 말미에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태도와 관련해 보충 설명을 내놨다. 재판부는 "증인이 재판받고 있는데, 저희 재판 과정에서 폐쇄회로TV 등 정황을 봤을 때 깊이 관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걸 고려해 증언 거부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선서 자체를 거부한 대목에 대해서는 "형사재판 하면서 선서 거부는 처음 봤다"며 "사유가 없어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즉시 이의제기한다는 것을 공판 조서에 남겨달라"고 요청해, 과태료 처분을 둘러싼 추가 법적 다툼 가능성도 생겼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인장 집행을 추진하는 동시에, 향후 공판에서도 법정 질서 유지와 증인 신문을 둘러싼 긴장 국면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재판부가 강제구인과 법정 질서 위반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한 만큼, 향후 공판에서의 출석 여부와 추가 증언, 그리고 특검과 피고인·증인 측의 공방이 내란 사건 재판의 향방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