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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정치적 수사 도구 논란 속 개정 추진”…대통령실 ‘오남용·무죄 반복’ 개선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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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정치적 수사 도구 논란 속 개정 추진”…대통령실 ‘오남용·무죄 반복’ 개선 시사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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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대통령실이 24일 직권남용죄의 법적 요건을 명확히 하겠다며 관련 법 개정 의지를 밝힌 가운데,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법농단 수사에서 해당 혐의를 대거 적용한 전력이 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직권남용죄는 수사기관의 무리한 적용과 법원의 잇단 무죄 판결로 논란이 컸다. 적극행정 위축과 정치수사 악용 논쟁이 정국의 주요 쟁점으로 다시 떠오른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적극행정에 대한 과도한 수사·감사를 막기 위해 직권남용죄의 요건을 구체화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직권남용죄는 형법 123조에 명시돼 있는 혐의로, 적용 범위의 불분명함과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그간 여러 차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직권남용혐의는 박근혜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였다. 2016년 특검팀장을 맡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을 주요 혐의로 삼아 박근혜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정책수석 등 수십 명의 고위공직자를 일괄 기소했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기조 아래 직권남용죄 적용이 크게 확대되며, 공직사회의 공적 판단 또한 사법처리 대상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재판에서는 해당 혐의의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른바 ‘사법농단’의 핵심 피의자로 기소됐지만, 지난 해 1심 법원은 “직권의 존재나 행사, 남용 여부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직권남용 관련 41개 혐의에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됐으나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아울러 세월호 특조위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현기환 전 정무수석,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8명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직권남용죄에 대한 입법·해석 기준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직권남용죄 무죄가 잇따르자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법원의 판단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전문가들은 “형법이 본래 의도에 벗어난 자동 처벌 도구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며 요건 명확화와 예측 가능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구성요건 정비를 강조하며, 범죄입증 책임과 수사·기소 과정의 신중성을 제고할 방침을 밝혔다. 봉욱 민정수석은 “외국 입법례를 참고해 직권남용죄 적용의 명확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수사 남용을 줄이겠다”고 언급했다. “법 개정 전에도 수사 단계에서 무죄 선고가 나지 않도록 더 세밀한 판단을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정치권은 현행 직권남용죄의 모호함이 공직사회 적극행정 저해와 정치수사 악용을 동시에 낳는다며, 법 개정 방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수사권 남용 방지와 시민 기본권 보호를, 여권은 일관된 법 적용과 신뢰 회복을 각각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정치권은 직권남용죄 수사·기소의 합리적 기준 정립이 공직 신뢰 회복과 사법 정의에 미칠 영향을 두고 장기적인 공방을 예고했다. 국회와 정부는 개정안 검토에 돌입한 가운데,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하반기 법제화 논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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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윤석열#직권남용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