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찜통 밤”…역대급 더위와 폭우 사이, 올여름이 달라졌다
요즘은 밤에도 선풍기를 끄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예전엔 낮에만 잠깐 더워졌지만, 지금은 해가 져도 집안에 남은 열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돌아서면 땀”, “잠들기 힘든 열대야” 같은 SNS 글이 넘친다. 출퇴근길 대기온도는 하루 종일 30도를 웃돈다. 기상청은 7월 1일부터 22일까지 전국 평균 일평균기온 24.4도, 최고기온 29.4도로 1973년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폭염일도 평균 9.5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밤최저기온 역시 계속 경신 중이다. 실제로 올여름은 “기상특보가 해제되지 않는 한 폭염에 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그 중심엔 북태평양고기압, 그리고 티베트고기압까지 겹친 ‘이중 고기압’ 현상이 있다. 한반도 상공에 열이 쌓이고, 대기가 식을 틈 없이 데워진다. 이번 주말 서울 등 내륙은 낮 최고 38도를 예고했다. 직장인 박윤지(31) 씨는 “아침부터 푹푹 찌는 게 이어지다 보니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치게 된다”며 “요즘은 카페가 아니라 은행, 관공서 같은 시원한 곳이 숨통 트이는 공간”이라고 느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한 더위가 일상 형태를 바꾼다고 분석한다. 신은비 기상전문가는 “평균 기온의 상승이 체감 스트레스를 최대 2배로 끌어올린다”며 “실내 활동 중심의 여가, 열 피하는 생활 루틴 변화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무더위는 취미, 운동, 만남의 방식까지 끌고 가며, 동네 피서나 야간 산책 등 ‘작은 회피’가 일상 메뉴로 자리 잡았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포털 커뮤니티에선 “집이 제일 덥다”, “코로나 때보다 냉방에 더 예민해졌다”,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사라졌다” 같은 공감이 끊이지 않는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점심 산책이 사라진 계절”, “텀블러에 얼음 몇 알 더 챙기는 게 새 습관”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누구에게나 익숙했던 여름 리듬이 그만큼 느려지고 있다.
올여름을 두고 많은 사람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당장 다음 주에도 폭염, 혹은 폭우 중 무엇이 현실이 될지 기상청조차 단정하기 힘들다. 필리핀 해상에 줄지어 형성된 태풍만 세 개, 이들이 더위는 더위대로, 또 갑작스러운 폭우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상청은 “특히 변동성이 커 예보에 더욱 민감해야 한다”고 안내하며 혹시 모를 기후 변수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작고 사소한 선택 같지만, 숨 쉬는 시간, 걷는 장소, 대화의 온도까지 올여름 우리의 삶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여름의 더위와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