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깊은 산과 청량한 계곡”…강원도의 가을, 자연과 휴식이 만났다

박다해 기자
입력

강원도를 찾는 여행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예전에는 오지의 산과 바다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청명한 숲과 고요한 계곡에서 숨을 고르는 일이 점점 평범한 일상이 되고 있다.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 이즈음, 강원 곳곳의 풍경과 맛, 그리고 머무름의 시간을 찾는 발길이 한결 가벼워졌다.

 

영월 어라연은 깊은 협곡과 깎아지른 절벽이 맞닿은 곳이다. 하류로 내려오면 여울과 소, 수직 절벽들이 차례로 얼굴을 내민다. 봄이면 진달래와 노송이 절벽에 함께 피어나 장관을 이루지만, 가을에 만나는 어라연은 단풍물든 절벽과 동강의 반짝임이 더없이 빛난다. 전망대가 있는 잣봉을 올랐다가 강줄기를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까지,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하루가 된다.

어라연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어라연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숲에 취하고 싶다면 가리산을 찾는 이도 많다. 홍천의 가리산은 기암괴석 곳곳에 스며든 붉고 노란 단풍이 인상적이다. 정상에 올라선 순간, 끝없이 펼쳐진 산맥이 ‘여기에 있었다’며 조용히 말을 건넨다. 붐비지 않아, 걸음마다 느린 호흡과 자연의 숨결을 온전히 마주하기 좋다.

 

풍경만으로 아쉬운 이들에게는 특별한 카페와 디저트 공간이 기다린다. 원주 신림면의 카페도즈오프는 건물과 정원이 자연에 녹아든 듯 이어진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폴딩 도어를 활짝 연 2층 창가에 앉으면 산의 품 안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시그니처 커피 ‘아이고 내새끼’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향토성이 어우러지고, 지역 특산물로 만든 음료와 쌀빵 협업에서는 강원의 땅과 시간이 그대로 느껴진다.

 

양양에 가면 ‘배멍’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다. 배배 젤라또 카페에서는 창밖으로 배밭을 바라보며 낙산배의 달콤함을 그대로 담은 소르베와 젤라또를 음미하게 된다. 인공 향료나 착색 없이, 직접 농사지은 국내산 체리, 감, 호두, 쌀 등으로 만든 젤라또는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계곡과 오지 트레킹, 로컬 카페를 목적지 삼은 여행객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도심의 복잡함에서 잠시 뒤로 물러나, 자연 한가운데에 있는 시간이야말로 현대인에게 휴식이 된다”는 트렌드 분석가들의 의견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여행 커뮤니티에선 “도심을 떠나 소박한 자연과 지역 맛집을 찾는 시간이 리셋의 방법"이라는 공감 글이 잦다. 실제로 다녀온 여행자들은 "산과 계곡, 그리고 한적한 로컬 카페야말로 진짜 쉼"이라며 감상을 남긴다. 누구도 모르는 곳에서 한가로운 미소를 짓는 순간, 미뤄뒀던 감정도 조용히 샘솟는다.

 

강원도의 깊은 산, 청량한 물, 언뜻언뜻 스며드는 단풍의 색. 그리고 그 곁의 작은 커피 한 잔과 달콤한 젤라또 한 스쿱. 여행은 끝나도, 이곳에서 나눈 풍경과 감정은 곧 다시 돌아와 마음 한구석을 밝히게 될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박다해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강원도#어라연#배배젤라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