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관람 제한 구역도 열라”…윤석열 부부, 경복궁 명성황후 침전 직접 출입 파문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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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이 제한된 궁궐 공간 출입을 둘러싸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충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내 명성황후 침전 방문 사실이 드러나며 야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23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사전 연락 없이 경복궁을 방문해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구역까지 들어간 사실을 국가유산청 자료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국가유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지난 2023년 3월 5일 오후 5시께 사전 예고 없이 경복궁을 찾았다. 이때 동행한 경호 요원은 한 명에 불과했으며, 부부는 근정전과 일반인 통제구역인 경회루 2층, 향원정, 건청궁까지 차례로 들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고종과 명성황후의 생활공간인 건청궁에 이르러 닫힌 문을 직접 "열라"고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두 사람은 명성황후의 침전 곤녕합에 들어가 약 10분간 머물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교흥 의원실은 이때는 경호 요원도 함께하지 않았고, 두 사람만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공식 행사 및 비공식 방문을 포함해 총 11차례 궁능 유산을 찾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논란은 김건희 여사가 2023년 9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과 근정전 용상에 앉은 장면, 2024년 9월에는 종묘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고 조선 왕실 신실까지 관람한 기록까지 각각 확인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상반된 해석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왕의 의자'에 앉았던 김건희가 황후의 침실까지 들어갔다. 국가 유산의 사유화를 넘어선 국보 농단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가 유산이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특검은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이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이나 전직 대통령 부부의 공식 해명은 이날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정가 일각에선 대통령 내외의 궁궐 사적 공간 출입이 특권적 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가유산 관리 시스템의 투명성과 책임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통령 부부의 공식·비공식 일정 관리, 유산 보호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회와 정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가유산 보존·관리 체계 점검, 대통령 부부의 의전 및 방문 지침 개선 방안에 대한 후속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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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건희#경복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