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37분 혈투”…알카라스, 포니니에 진땀승→윔블던 1회전 통과
초여름 뜨거운 햇살이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을 가득 채웠다.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무더위와 쏟아진 열기 속에서도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5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쥐어낸 순간, 그의 두 눈에는 지치면서도 단단한 빛이 스쳤다.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6월 30일 영국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파비오 포니니와 4시간 37분 동안 숨막히는 혈전을 펼쳤다. 알카라스는 3-2(7-5 6-7 7-5 2-6 6-1)로 승리하며 2회전에 진출했다. 이날 영국 현지는 윔블던 역사상 개막일 기준 최고 기온인 32도를 기록했다. 뜨거운 코트 위에서 두 선수 모두 체력의 한계에 도전했다.

경기는 처음부터 팽팽했다. 1세트는 알카라스가 집었지만, 포니니의 반격에 2세트는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줬다. 경기 양상은 게임마다 치열한 랠리, 거듭되는 브레이크 찬스, 공격과 수비의 변화가 이어졌다. 특히 5세트에 접어들며 알카라스는 한층 과감해진 스트로크로 분위기를 잡았다. 2010년 로저 페더러 이후 15년 만에 디펜딩 챔피언이 1회전에서 5세트까지 가는 드라마를 썼다.
알카라스는 경기 후 “첫 경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실감난다. 윔블던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무대다. 다음 라운드에 더 잘 준비하겠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번 승리로 19연승을 이어가며 상승세도 과시했다.
알카라스의 다음 상대는 예선을 통과한 올리버 트라베트다. 그가 단숨에 체력을 회복할 경우 3년 연속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편 남자 단식에서는 루네, 메드베데프 등 상위 랭커들이 1회전에서 탈락하는 파란이 벌어졌다. 반면 사발렌카, 라두카누 등 여자 단식 강자들은 무난히 2회전에 올랐다.
순간순간 쏟아지던 박수 소리, 긴장 가득한 숨소리, 그리고 코트를 적신 땀방울까지. 관중의 환호와 숨죽임이 교차한 경기장은 어느새 여름의 열기뿐 아니라, 스포츠가 남기는 깊은 여운을 품고 있었다. 2024년 윔블던 남자 단식 2회전은 현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