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촌장 25년 만 재등장”…박창근·옥상달빛, 세월 건너 운명적 밤→또 다른 서사 시작
밤공기를 가르는 이현우의 목소리로 시작된 무대 위에선, 세대를 아우르는 목소리와 노래들이 역사의 한 장면을 그려냈다. 박창근이 전한 삶의 울림, 옥상달빛이 노래한 위로, 그리고 25년 만에 돌아온 시인과 촌장이 선사한 무게와 여운이 제주를 가득 채웠다. 잊혀지지 않는 명곡들을 오롯이 재현한 이날의 공연은 음악이 시간과 마음을 가로질러 다시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첫 무대에 오른 박창근은 깊어진 목소리로 <바람의 기억>과 <재회>를 노래했다. 다섯 명뿐이던 첫 관객을 기억하며 ‘노래는 열망’이라는 고백을 전한 그의 담백한 무대 뒤엔 뭉근한 진심이 스며들었다. 다음 순서로 등장한 옥상달빛은 <그대와 나>와 <수고했어, 오늘도>를 통해 각자의 일상과 성장을 떠올리게 했고, “살아가는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는 말이 팬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인과 촌장이 무대 중앙에 섰을 때, 박수갈채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하덕규와 함춘호는 <가시나무>, <풍경>, <새봄나라에서 살던 시원한 바람> 등 쉼 없이 이어진 대표곡을 깊은 감성으로 들려줬다. 하덕규는 멈추지 않는 창작의 갈증과 시간의 흐름에 대해 고백하며, “물이 고이면 곡을 퍼내야 한다”는 소박한 철학을 드러냈다. 때로는 긴장, 때로는 환희에 젖은 시인과 촌장의 목소리는 관객 모두에게 오랜 추억과 미래의 기대를 함께 안겨줬다.
무대를 절정으로 이끈 곡은 세 팀이 한 목소리로 부른 <사랑일기>였다. 박창근, 옥상달빛, 시인과 촌장, 그리고 관객까지 모두가 함께 노래한 순간, 음악은 세대와 세월을 넘어 다시 하나로 이어졌고 겨울밤 제주를 따뜻하게 적셨다. 앙코르를 외치는 박수 소리 속 시인과 촌장은 <좋은 나라>로 돌아와, 방송에 담지 못한 또 하나의 무대와 이야기를 남겼다. 이 특별한 앙코르 무대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는 박용준, 신석철, 원현정 등 베테랑 연주진이 더해져,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음악적 깊이를 완성했다. 함춘호의 변치 않는 기타 선율, 하덕규의 서정적 목소리는 추억과 향수, 그리고 새로운 바람처럼 관객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한밤의 제주에서 시작된 음악회는 열린 소통의 장이자, 음악이 지닌 고유의 온기와 치유력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낭만과 응원의 무대가 끝났을 때, 공연장엔 긴 여운과 따뜻한 박수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시인과 촌장, 박창근, 옥상달빛이 함께한 음악의 밤은 9월 13일 밤 11시 5분, KBS 1TV에서 한국 대중음악사의 특별한 장면으로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