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의 하늘은 맑고, 숲길엔 역사가 흐른다”…자연 속에 녹아든 삶의 쉼표
요즘 금산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인삼으로만 기억되던 곳이지만, 지금은 웅장한 자연과 깊은 역사가 함께 살아 숨 쉬는 쉼표 같은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16일, 충청남도 금산군은 한낮 온도 27.9°C에 맑은 하늘이 펼쳐지며, 바람은 산뜻하게 불었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을의 문턱에서 금산의 자연과 역사를 만나려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실제 금산칠백의총 맞은편 소나무 길을 걷던 여행객 김나현(34) 씨는 “이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조용한 위로가 된다”고 고백했다.

금산칠백의총은 임진왜란 속 700 의병의 희생을 기억하는 공간이다. 무덤과 순의비, 기념관이 조용히 절개를 기린다. 사적 제105호로 지정된 이곳에는 매년 고즈넉한 제향이 이어진다. 소나무 숲길은 그 자체로 깊은 사연을 품은 듯, 지나가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여행객들은 “영웅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지금 내 삶도 조금은 당당해지는 기분”이라고 표현한다.
숲길을 지나 대둔산으로 향하면 또 다른 시간이 기다린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태고사는 우암 송시열, 만해 한용운이 머물던 곳으로도 전해진다. 주변을 빽빽이 둘러싼 나무들이 사찰을 감싸 안고, 세월의 흔적 위로 새벽빛과 저녁노을이 차분히 내려앉는다. 자연과 역사가 포개진 자리에 앉아 “한적한 명상, 잠시라도 내 마음을 내려놓고 숨 고르게 되는 순간”이라는 여행자의 말에는 꾸밈없는 진심이 묻어난다.
짜릿한 변주도 있다. 대둔산집라인에서는 기암괴석 절경 위를 공중으로 활강하는 경험이 가능하다. 케이블카로 정상을 스친 후 이어지는 집라인 체험은 도시에서 채우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현장을 찾은 이들은 “마치 자연의 날개를 단 듯 자유롭고 들뜬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충남 금산 일대 방문객 수가 매년 증가 중이며, 특히 2030 세대와 가족 단위 여행객의 비중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여행 전문가는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금산이다. 계절마다 의미 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어 정신적 쉼표가 필요할 때 꼭 추천하고 싶다”고 느꼈다. 휴식과 성찰, 모험과 위로, 금산은 그 모든 시간을 보듬어주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젠 인삼보다 숲과 하늘이 먼저 떠오른다”, “한 번쯤은 가서 걷고 싶다”, “사진만 봐도 마음이 정화된다”는 공감이 이어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여행이지만, 그 안에서 삶의 리듬은 어느새 바뀌고 있다. 금산에서의 하루는 누구에게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들여다볼 작은 용기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