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살, 상처 위 희망”…사연자, 눈물로 다시 삶을 안았다→방송가 진한 울림
고요한 스튜디오 조명 아래, ‘무엇이든 물어보살’을 찾은 한 여성의 눈빛은 불안과 설렘, 두 감정이 뒤섞인 채로 반짝였다. 어깨를 누르던 무거운 고독과 침묵의 시간,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든 상처는 작은 목소리에 실려 서서히 시청자에게 전해졌다. 지나온 시간의 고통과 절망이 하얀 조명 아래 드러난 순간, 그곳엔 미소 대신 떨림이 서렸다.
문을 닫은 방 안, 아무도 들어갈 수 없던 사춘기 소녀의 혼란과 여자아이의 간절함은 사연 만으로도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이슬람 종교와 히잡 착용, 주변 친구들로부터 받은 차가운 외면, 머리카락이 빠져나가고 식사의 의미마저 희미해졌던 날들을 지나 그는 담담하게 청춘의 한 페이지를 고백했다. 친부의 극단적인 선택과, 어머니의 변화, 결국 새아버지의 강요되는 생활 환경은 사연자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무서운 외로움과 무력감을 심어줬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방송을 통해 드러난 현실은 차갑고 씁쓸했다. 사연자는 열두 살 때부터 히잡을 강제적으로 써야 했으며, 종교적 이질감과 겉모습의 변화로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했다는 고백을 내놓았다. 외롭고 고독한 청소년기를 쉼터에서 보냈다는 기억, 그리고 성인이 돼 중견기업에 들어갔으나 빠져나가는 월급과 쌓여만 가는 가족의 책임 앞에서 무력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곁엔 연락이 끊긴 언니, 장애를 가진 남동생, 일할 수 없는 건강 상태의 새아버지까지 가족 모두가 인생의 짐으로 사연자에게 얹혀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서장훈은 깊은 연민과 응원을 담아 “자기 자신을 위해 살 용기를 내라”며 세심한 위로를 건넸다. 이수근 역시 “이 가정이 정말 보살핌이 필요한지 들여다봐 달라”고 말하며 지역 구청에 구체적 도움을 요청했고, 실제로 구청의 관심과 공무원들의 실질적 지원까지 이어졌다. 화면 너머 시청자들에게도 가족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안긴 기회였다.
상처 받은 영혼이지만 남동생을 안아주는 작은 온기, 서서히 빛을 품는 용기의 시간. 사연자는 조금씩 자신의 자리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딛고 삶에 다가서고 있다. 이날의 방송은 한편의 성장담을 넘어, 사회 곳곳에 묻힌 상처와 치유, 그리고 연대의 온기를 환기시켰다. 무엇보다 사연자가 걸어갈 다음 걸음을 많은 이들이 따뜻하게 응원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진심 어린 조언과 현실적 지원, 그리고 시청자들의 단단한 연대는 어렵지만 단단해지는 한 인생의 재도전을 깊은 여운 속에 그려냈다.
지난 6월 30일 방송된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방영과 동시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사연의 주인공이 일상의 문턱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 과정을 함께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