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비자 수수료 폭등”…미국 월가, 인도 고용 확대 가능성에 주목
현지 시각 23일, 미국(USA) 대형 은행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H-1B 비자 수수료 인상 조치에 직면하면서, 인도에서의 현지 인력 채용을 크게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숙련 인력 확보 비용의 급증으로 이어져, 글로벌 금융기관뿐 아니라 인도 IT 및 서비스 산업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자 규제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월가의 인력 재배치 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JP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대표적 금융기관들이 인도의 주요 IT 허브인 뭄바이, 벵갈루루, 하이데라바드에 소재한 ‘글로벌 역량센터’(GCC)에서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센터는 주식·채권 거래 지원, 리스크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등 고도의 사업 지원 기능을 맡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 확보가 어려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계량분석가, 회계 전문가를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창구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인력 이동 흐름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Trump) 대통령이 서명한 H-1B 등 전문직 비자 신규 발급 수수료 인상 행정명령이 있다. 수수료는 기존 1천달러에서 무려 10만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때문에 미국 내 기업들은 숙련 외국 인재 확보 시 비용 부담이 극심하게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인재와 비용 양면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은행들은 GCC를 통한 해외 고용을 추가로 늘릴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안라거 인포테크의 우메시 찻제드 대표는 “해외 업무 이전에 별도의 규제가 추가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인도 역량센터에 대한 의존도를 한층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언스트앤드영(EY)에 따르면 인도의 GCC 시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9.8% 성장하며, 올해 64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센터 수도 오는 2030년까지 최대 2천5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시티그룹이 인도에 3만1천 명, 뱅크오브아메리카 2만7천여 명, JP모건 5만5천 명을 현지 GCC에서 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비자 강화 조치는 글로벌 금융업계의 인력 구조에도 직접적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H-1B 비자는 테크 및 금융 분야 기업에서 해외 숙련 인력 영입에 핵심 도구로 활용돼 왔으며, 2023년 9월 종료된 미국 회계연도 기준 전체 발급자의 72.3%가 인도 출신이었다. 뉴욕타임스 역시 “비자 비용 인상은 곧 월가의 고용지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미국의 추가적인 이민 규제와 글로벌 금융기관의 인재 영입 전략 변화가 인도 고용시장과 GCC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비자 장벽 강화가 오히려 인도 IT 및 금융 서비스 산업의 성장세를 촉진하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향후 월가와 인도 간의 인력 이동이 세계 금융·기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