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원 초코파이도 절도인가”…법원, 항소심서 무죄 선고
1050원짜리 과자를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경미한 재산 분쟁을 형사 사건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원이 1심의 벌금형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27일 오전 10시 전주지법 형사2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전주지법 301호 법정에서 절도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벌금 5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를 출입·관리하는 보안업체 소속 직원으로, 지난해 1월 이 회사 사무실 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450원짜리 초코파이 1개와 600원짜리 커스터드 1개를 꺼내 먹은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품 가액은 총 1050원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법원은 A씨에게 벌금 5만원을 선고했고, 이에 따라 절도죄가 확정될 경우 경비업법상 결격 사유가 발생해 A씨가 경비 업무를 계속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선고유예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A씨는 2019년에도 절도 범행을 한 다음 ‘직장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해 선고유예를 받았다”며 “그런데도 범행했고, 지금까지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피해품이 1050원으로 소액인 점과, 유죄 판결 선고로 피고인이 직장을 잃게 된다면 다소 가혹하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선고를 유예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측 변호인은 같은 재판에서 회사 내 관행과 사전 양해 여부를 강조했다. 변호인은 “A씨는 오랫동안 근무를 했다. 물류회사 냉장고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먹는 것이 양해되는 상황이었는데, 이제야 문제로 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어떤 물건이 없어졌고 그게 경미하다면 상호 간에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의사소통이 있어야 하나, 전혀 없었다”며 “A씨는 억울하다. 최대한의 선처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1심과 달리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회사 내 냉장고 사용 관행과 피고인이 물건의 소유관계를 명확히 인식했는지 여부, 행위에 대한 사전·사후 문제 제기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피해액이 1000원을 조금 넘는 수준임에도 형사 절도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았다. 특히 경비업 종사자에게 내려지는 절도 전과는 경비업법에 따라 자격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생계와 직업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미한 재산 분쟁의 형사처벌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계형·소액 절도 사건이 반복적으로 형사절차에 오르는 상황에서, 제도의 실효성과 비례성, 그리고 선고유예·무죄 선고 기준 등을 세밀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A씨는 절도 전과에 따른 자격 제한 위험에서 벗어나 경비 업무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비슷한 유형의 소액 재산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경미 범죄에 대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대응 방식은 당분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법원은 유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당한 권리 보호와 과도한 형사처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