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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제약, 미 반려동물 공략…고양이 바이오로 시장 재편 노린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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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헬스케어 시장이 차세대 바이오 성장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내 중견 제약사가 미국 현지에 직접 거점을 세우고 고양이 특화 전략에 나섰다. 만성질환을 겨냥한 바이오의약품과 기능성 영양제로 포트폴리오를 나눠,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반려동물 의료·웰니스 수요를 동시에 겨냥하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고양이 중심의 집중 전략과 미국 현지 R&D 인프라 결합이 국내 제약사의 펫바이오 글로벌 진출 경쟁에서 변곡점이 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유유제약은 19일 미국 현지에 지주회사 형태의 법인 유유벤처를 설립하고 반려동물 바이오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출자 규모는 450만 달러로 약 65억7450만 원 수준이다. 유유벤처는 연구개발 중심 자회사 유유바이오와 제품·브랜드 사업을 담당하는 머빈스펫케어 두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미국에서 직접 법인을 세운 것은 제품 수입·유통 수준을 넘어 연구, 임상, 마케팅까지 현지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유바이오는 반려동물용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담당한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작용 지속 시간을 늘리고 복용 순응도를 개선한 재조합 단백질 치료제다. 반려동물 만성질환 가운데 고양이 피부 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고양이 건선 치료제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현재 후보물질 선별과 구조 최적화 단계에 진입해 전임상 진입을 위한 임상 후보물질 도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반려동물용 항염증제나 스테로이드 제제에 비해 투여 빈도를 줄이고 부작용 부담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머빈스펫케어는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 간식 라인업을 구축한다. 관절, 피부, 장 건강, 종합비타민 등 고양이 전용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초기 주력 제품으로 고양이 치아 건강 기능 제품과 스틱형 영양제를 선정했다. 첫 제품군은 내년 상반기 미국 출시를 목표로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동물병원과 전문 펫숍,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자회사는 캘리포니아 나노시스템 연구소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매그니파이 UCLA 캠퍼스에 사무공간을 마련했다. UCLA와 UC 산타바바라가 공동 운영하는 CNSI는 2000년 설립된 캘리포니아 주정부 산하 연구소로, 나노바이오, 첨단 재료, 디지털 헬스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유유바이오와 머빈스펫케어는 CNSI 인큐베이팅을 통해 사무공간과 기본 인프라 비용을 줄이면서 UCLA 생명과학·공학 연구진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매그니파이에는 두 회사를 포함해 22개 기술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기술 측면에서 유유제약의 미국 전략은 반려동물용 바이오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묶은 투트랙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고양이 대상 재조합 단백질 치료제는 항체·단백질 기반 인간 바이오의약품 개발 경험을 응용해, 체내 반감기를 늘리고 투여 간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 장기 투여가 불가피한 만성 피부 질환의 특성상 투약 스트레스와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건강기능식품 쪽은 임상시험이 까다로운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개발과 출시 속도가 빠르고, 수의사의 처방 없이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 축적과 현금 흐름 확보에 유리하다.

 

시장 측면에서 미국은 펫헬스케어 분야 최대 격전지다. 미국반려동물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약 940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51퍼센트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는 4900만 가구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사람과 유사 수준의 의료·웰니스 서비스에 대한 지불 의사가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질병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질환 특성이 다르고 투약 거부가 심한 편이어서, 고양이 전용 제형이나 장기 지속 제제를 원하는 보호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다국적 제약사와 동물의약품 전문 기업들이 이 플랫폼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개와 고양이의 관절염, 알레르기성 피부염, 만성 통증을 겨냥한 바이오의약품이 잇달아 승인을 받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반려동물 암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에도 투자하고 있다. 한국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일반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중심으로 펫케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고양이 바이오의약품에 특화해 미국 현지에서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은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제 측면에서 미국 반려동물용 바이오의약품은 사람 대상 신약과 다른 루트를 밟는다. 동물용 의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 산하 동물의약품센터가 허가를 담당하며,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데이터가 필수다. 고양이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종 특이성이 강해 임상 설계와 데이터 해석이 까다로운 편이다.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하는 제품은 의약품과는 다른 규제를 적용받지만, 기능성을 강조하는 경우 원료와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 확보가 시장 신뢰의 핵심이 된다. 유유제약이 미국 현지에서 직접 법인을 운영하기로 한 배경에는, 이 같은 규제 환경을 선제적으로 충족하고 FDA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이사는 유유바이오와 머빈스펫케어가 고양이 바이오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 집중해 고양이 특화 펫헬스케어 브랜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직접 운영해 연간 수천만 달러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경험자를 파트너로 영입해 사업 실행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연구개발은 UCLA 기반 기술 생태계를 활용하고, 사업 운영은 미국 경영진에 상당 부분 권한을 위임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법인 설립이 국내 제약사가 반려동물 바이오 영역에서 글로벌 플레이어와 직접 경쟁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펫바이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고급 바이오의약품과 과학적 근거를 갖춘 기능성 제품 공급은 아직 수요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산업계는 유유제약이 미국에서 고양이 특화 펫헬스케어 전략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이 모델이 다른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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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제약#유유바이오#머빈스펫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