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감싸던 김계환, 군검찰 수사 때 입장 급변”…특검, 외부 영향설 재조사
군 검찰 수사를 전후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감싸던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돌연 강경한 태도로 선회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외부의 영향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사건의 진상을 재조명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1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은 군검찰에 "항명 사건으로 인해 해병대의 노력이 산일되고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게 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공식 요청했다. 특히 "호국충성 해병대의 전통과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이고 조속한 결론 도출을 군에 촉구했다.

이 시점은 군검찰이 박정훈 대령의 혐의를 ‘집단항명수괴’에서 ‘항명’으로 낮추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인 때와 맞물린다. 더욱이 김 전 사령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세 차례 조사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불과 그보름 전인 8월 2일 1차 참고인 조사에서 그는 "(박 대령의 항명을) 단순한 사실로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사정들이 혼재해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우호적 취지를 내놓았던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8월 29일 4차 조사에서 김 전 사령관의 태도는 급변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VIP 격노설’과 관련해 "박 대령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며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펼쳤다. 한 달도 안 돼 정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셈이다.
특검팀은 갑작스런 입장 변화의 배경에 국방부 이종섭 전 장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등 주요 인사들과의 잦은 연락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8월 2일 참고인 조사 당일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과 김 전 사령관의 면담이 이뤄진 정황도 새로이 확인됐다.
김계환 전 사령관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이 발생한 2023년 7~8월 당시 해병대 수장으로, 박정훈 대령에게 ‘VIP 격노설’을 처음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이후 군사법원, 국회 청문회 등 각종 절차와 기관에서 2년가량 격노설을 부인해오다, 최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VIP 격노를 들었다"고 입장을 번복해 파문이 일었다.
특별검사팀은 최근 구속영장 기각 2개월 만에 김 전 사령관을 다시 불러 진술 변화를 직접 재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사령관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여전히 ‘VIP 격노설’을 들은 적이 있다는 입장은 유지했으나, 구체적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변호인 역시 "소문을 통해 들은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는 등 핵심 증언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정민영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변호인이 언론에 밝힌 입장은 유지하고 있으나, 별도로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도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을 둘러싼 군과 정치권의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여야는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특검팀 역시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군 수사의 공정성과 외부 개입 의혹을 정밀하게 추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