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회복의 순간”…우상혁, 부상 뚫고 예선 3위→세계선수권 결선 진출
빛이 번지는 도쿄 국립경기장 트랙, 우상혁의 집중된 시선과 종아리 테이핑은 복귀의 긴장과 각오를 묵묵히 드러냈다. 첫 시기 실패의 먹먹함을 딛고, 네 번의 점프로 2m25를 넘어 예선 3위에 안착하는 순간, 관중석의 숨죽임도 박수로 바뀌었다. 이 하루, 우상혁은 통증과 공백을 모두 뛰어넘은 실전 감각으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었다.
2025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예선이 14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우상혁은 2m16 1차 실패라는 불안한 출발에도 2차 시기부터 흐름을 회복해 2m21, 2m25를 연거푸 1차에 넘으며 상위권을 굳혔다. 올해 실외 경기 세계 1위(2m34) 기록자이자, 7월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 이후 부상 치료를 마치고 2개월 만에 실전 무대에 나타나 결선행 티켓 13장 중 세 번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예선에서는 올레 도로슈크(우크라이나), 아카마쓰 료이치(일본)가 전 시기 실패 없이 결선 진출을 확정했고, 우상혁 또한 단 한 번의 실수만 허용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경기 후 우상혁은 종아리 부상에 따른 기술 훈련 부족을 언급하면서도 "뛰면서 점차 감각이 돌아와서 다행이다. 결선에서는 더욱 좋은 모습 기대해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 시즌 세계육상연맹도 우상혁, 그리고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해미시 커(뉴질랜드)를 선수촌 사이 최대 라이벌로 지목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공동 금메달리스트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이 부상으로,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는 예선 탈락으로 결선에 오르지 못하며 무대의 주인공은 바뀌었다.
올해 네 차례 해미시 커와 승부에서 모두 이긴 우상혁은 "커를 보며 배우는 점이 많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는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상혁은 이미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2m35로 바르심에 이은 은메달의 한국 신화를 쓴 바 있다.
16일 오후 8시 36분, 결선 무대에서 우상혁은 다시 한 번 해미시 커와 정상을 다툰다. 한국 육상 최초 실외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라는 목표 앞에서, 그의 도전은 떨림과 설렘을 팬들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