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사이로 걷는 여름”…화담숲 수국 축제에 찾은 힐링과 체험의 순간
여름이면 푸른 숲 아래서 수국 향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예전엔 멀리서 사진으로만 볼 꽃이었지만, 이제는 만개한 수국 군락 속을 직접 걷는 일이 한여름의 일상이 됐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화담숲은 여름이 오면 약 7만여 본, 100여 품종의 수국이 한 번에 피어난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사방에 목수국, 산수국, 미국수국 등 각기 다른 빛깔과 모양새가 숲을 수놓는다. 현장을 찾는 이들은 SNS에 꽃 물결 인증 사진을 올리거나, 정원사를 따라다니며 식물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나눈다. “아이랑 사진 찍으러 왔다가, 도심에선 맡기 힘든 싱그러운 향과 폭포소리가 정말 좋았다”는 방문객도 있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매년 수국 시즌이 오면 화담숲 관람 예약이 조기 마감되고, 주말엔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사진가들까지 북적이는 풍경이 이어진다. 자연 그대로의 수국원뿐 아니라, 모노레일을 타고 원앙연못이나 양치식물원까지 둘러볼 수 있어 계절마다 색다른 재미가 살아난다.
전문가들은 “자연에 대한 갈증과 오감 체험이 중요해진 시대”라고 느꼈다. 화담숲 현장 숲 해설가는 “습관처럼 이어지는 도심 생활에선 놓치기 쉬운 계절의 변화를, 아이들과 함께 직접 오감으로 느껴보는 경험이 주는 만족감이 크다”고 표현했다. 이번 수국 축제는 관람에 머물지 않고, 분재나 이끼 체험, 곤충 관찰 등 배우며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 시간이 일방적인 관람이 아닌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작은 틈이 된다는 설명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들과 계절에 한 번쯤 꼭 가보고 싶다”, “꽃 사진 찍으러 갔는데 풀내음에 더 반하게 됐다”는 공감부터, “매번 색이 바뀌는 숲을 기록하는 재미가 있다”는 사진가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자연을 배우고, 어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느긋함을 되찾는다.
자연과 더불어 배우고, 온몸으로 계절을 경험하는 순간들. 그 안에서 세대와 취향을 가리지 않는 새로운 여름의 휴식이 자리 잡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