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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 파병 공식 결정”…김정은, 북러조약 직후 공격 명령 문건 공개
정치

“쿠르스크 파병 공식 결정”…김정은, 북러조약 직후 공격 명령 문건 공개

신민재 기자
입력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의 실체가 드러났다.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 직접 승인한 쿠르스크 파병 결정과 일련의 공격 명령이 공식 문건으로 공개되며, 북러동맹의 작동 원리가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쿠르스크 침공 직후인 2024년 8월 28일을 파병 공식 결정 시점으로 명확히 밝혔다.

 

조선중앙TV는 8월 30일 오후, 뮤직비디오 '기억하리'를 통해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과 12월 세 차례에 걸쳐 특수작전부대에 직접 공격 명령을 내린 문서와, 2024년 8월 28일자 파병 결정 문건을 연이어 공개했다. 해당 문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식 당 중앙위 1부부장, 리창호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겸 정찰총국장 등 군 수뇌부가 회의하는 장면에서 등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로씨야의 령토를 우리의 령토로, 로씨야 련방에 대한 미국과 서방집단의 주권침해 행위를 우리 조국에 대한 주권침해로 간주할 것"이라며, "장병들! 무비의 용감성과 영웅적 전투 정신으로 떨쳐일어나 우크라이나 무력 침범자들을 소탕하고 꾸르스크를 해방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제4조가 파병의 명분이 됐다는 점도 강조됐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2024년 8월 12일) 직후 2주 만에 파병을 공식 결정하고, 같은 해 10월 말 1만1천 명 규모의 부대를 실전에 투입했다. 올해 1~2월에는 추가로 약 3천 명의 병력이 증원됐다. 문건에는 “공격작전 집행 과정에 로씨야군 부대들이 공격 성과를 확대하지 못해 특수작전부대들의 손실이 증대, 공격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러시아군과의 협력 문제도 언급됐다.

 

이어 북한군이 파악한 우크라이나군 전력 현황 등 구체적인 첩보도 문서에 포함됐으며, 김 위원장은 “병력 손실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지휘관 신변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군 내 사상자 급증과 지휘통제의 위험 요인이 동시에 제기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파병 및 공격 명령 문건의 공개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중국 베이징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80돌 기념 행사 참석,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파병 희생을 부각시키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외교·경제 보상 요구 신호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북한은 최근 전사자 유가족 위로 행사와 언론 보도를 연이어 펼치며 러시아 측에 전략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번 국무위원장 비준문건 공개와 선전전의 향방에 따라 북러관계의 밀착 양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추가 군사 협력과 경제 지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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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쿠르스크파병#북러조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