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크모로 고난도 폐이식”…세브란스, 600례 성과에 의료 혁신 주목
중증 폐질환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첨단 수술 기술이 국내 폐이식 의료의 흐름을 전환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이달 600번째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국내 첫 폐이식 500례 달성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의 쾌거다. 업계는 이번 기록을 “정밀의료와 생명공학 융합 경쟁의 주요 이정표”로 평가하고 있다.
600번째 폐이식의 주인공인 61세 환자 A씨는 ‘특발성 비특이성 간질성 폐렴’으로 수년간 산소치료에 의존하며, 중증 호흡부전을 겪었다. 기존 약물요법으로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체외막산소공급(ECMO, 에크모)에 의존하는 긴급도 0단계에 이르렀다.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기계에서 산소화를 거쳐 다시 몸으로 돌려보내는 기술로, 생명을 단기간 연장하며 이식 대기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뇌사자 기증 폐를 활용해 7시간에 걸친 고난도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이틀 후 에크모를 성공적으로 제거했고, 이후 환자의 산소포화도와 혈액가스 수치가 빠르게 정상화됐다. 뇌, 간 등 주요장기에 자가 호흡으로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면서,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재활치료에 돌입했다. 폐이식팀의 엄밀한 감염 관리와 장기 추적진료 체계도 생존률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은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재활의학과 등 다학제 협진 체계를 구축, 진단부터 이식, 회복, 장기관리까지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 운영한다. 이런 통합 진료모델은 국내외에서 경쟁 병원과 비교해 환자 맞춤형 치료 결과를 높인다는 평가다. 여기에 환자 모니터링용 AI 데이터 분석, 감염 위험 예측 시스템 등도 도입돼, 치료 전 과정이 정밀의료 기술과 접목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글로벌 의료기관과 비교하면 미국, 유럽의 스마트 병원들이 AI 기반 환자 선별 및 빅데이터 활용 환자 추적관리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연간 최대 폐이식 실적을 내고 있으며, 수술 관리와 사후 추적까지 맞춤형 인프라를 실제 적용하는 몇 안 되는 아시아 의료기관이다.
이식 수술은 환자 보호, 데이터 보안, 그리고 장기 기증 및 분배 시스템이라는 윤리·제도 과제도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이식 대기환자 응급 등급, 감염병 관리, 사후 추적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의료법 강화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 수술 지원, 환자 관리 자동화 등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정책 정비가 당분간 ‘고난도 이식 의료’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이진구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장은 “600례 달성은 의료진의 헌신과 환자, 가족의 노력이 빚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첨단 의료와 협진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폐이식 사례가 실제 시장 확대는 물론, 차세대 정밀의료 생태계 진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