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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위기 현실화”…왓챠, 법원 회생절차 개시로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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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위기 현실화”…왓챠, 법원 회생절차 개시로 전환점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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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이 구조조정에 직면한 가운데, 국내 OTT 기업 왓챠가 법원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7부는 지난 4일 왓챠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으며, 이로써 시장 내 구조조정 신호탄이 현실화됐다. 업계는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자금 시장 악화 등 삼중고에 부딪혀온 OTT 분야에서 이번 사안이 ‘서비스 존속과 시장 퇴출’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왓챠는 이 과정에서 법인회생제도(재건형 기업구조조정 방식)를 적용받게 된다. 회생절차는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자 사이의 채무·지분관계 조정을 통해 기업 존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제도다. 파산과 달리 영업 활동을 병행하면서 부실 채무를 재조정하는 점이 특징이다. 왓챠의 경우 박태훈 대표가 관리인으로 선임돼, 경영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이어가게 된다.

회생채권자 및 담보권자, 주주 목록 제출 기한은 다음달 1일까지이며, 권리 신고 마감일은 다음달 22일까지로 정해졌다. 이 기간 내 신고되지 않은 채권은 회생계획 인가 후 소멸된다. 이후 약 한 달간 법원이 회생채권 및 담보권 실사를 벌이며, 내년 1월 7일까지 최종 회생계획안 제출을 요구한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경우에 한해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할 방침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OTT 서비스는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맞춤형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구독형 IT 인프라 기반 등 차별화 요소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외 글로벌 OTT와의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 확보와 투자회수의 병목이 노출됐다. 특히 왓챠는 490억 원 수준의 전환사채(CB) 투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 회수 지연, 콘텐츠 라이선싱 비용 부담, 단기간 자금조달 악화 등이 OTT업계의 구조적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넷플릭스 등 주요 사업자가 다변화된 수익 모델과 스트리밍 네트워크로 대응하고 있으나, 국내 OTT는 투자 유치와 시장 점유율 방어에 한계가 드러났다. 인라이트벤처스가 지난달 8일 왓챠에 회생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투자사–운영사 간 거래 구조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법·제도적으로 법인회생은 산업경쟁력 유지와 고용 안정, 시장 질서 교정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기업가치 평가, 채무 탕감률, 투자 우선순위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갈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여부가 업계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OTT 산업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기점이 될 수 있다”며 “산업 구조의 재편과 경영 혁신 없이는 실질적 회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이번 회생절차가 한국 OTT의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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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회생절차#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