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패스트트랙 충돌 죄책 가볍지 않다”…검찰, 나경원·황교안 1심 벌금형 항소 포기

오태희 기자
입력

여야의 격렬한 대치가 폭력 사태로 번졌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과 국민의힘이 동시에 물러섰다. 검찰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고, 피고인 측도 항소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현역 의원들의 의원직 유지 가능성이 커졌다.

 

대검찰청은 27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서울남부지검이 이른바 패스트트랙 관련 자유한국당의 국회법 위반 등 사건 1심 판결과 관련해 수사팀과 공판팀, 대검의 검토와 논의를 거쳐 피고인 전원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항소 시한을 약 7시간 앞둔 시점에서 나온 결정이다.

검찰은 먼저 판결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검찰은 법원이 판결문에 명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범행은 폭력 등 불법적 수단으로 입법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서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죄책이 가볍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피고인에 대해 검찰 구형에 미치지 못하는 형이 선고된 점에 아쉬움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항소 포기 배경으로 정치적·사회적 부담을 함께 거론했다. 검찰은 범행 전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고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가 사적 이익 추구에 있지 않은 점,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6년에 이르는 장기화된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이어진 정치·사법 갈등을 더 끌지 않겠다는 판단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 장찬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송언석 원내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에게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경원 의원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 2천만원과 국회법 위반 400만원을 합한 벌금 2천400만원이 선고됐고, 이철규 의원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 400만원과 국회법 위반 150만원을 합한 벌금 550만원이 선고되는 등 벌금액 편차는 컸다.

 

그러나 형량의 경중과 별개로 모두 의원직 상실선은 피했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 형이 선고돼야 하고, 국회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돼야 의원직을 잃는다. 이번 판결에서 국회법 위반 벌금액이 임계점을 넘긴 피고인이 있더라도 전체 형량 구조상 현역 의원들은 직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한 셈이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가운데 피고인인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과 당직자 등 26명도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흐름대로 쌍방이 항소를 포기해 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현역 의원 전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사법 책임은 확정되지만 정치적 타격은 최소화되는 절충적 결과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다만 피고인 중 일부라도 항소에 나설 경우 법적 구도는 일부 달라질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만 항소하는 경우에는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어, 1심 선고형량이 상한이 된다. 따라서 일부 피고인이 항소를 선택하더라도 수위가 상향될 가능성은 없다.

 

이보다 앞서 검찰은 나경원 의원에게 징역 2년,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징역 10개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 등, 이철규 의원을 제외한 현직 의원 전원에게 징역형을 구형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법원은 모두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며 실형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항소 포기가 20대 국회에서 촉발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법적 쟁점을 정리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당시 여야 충돌의 책임 공방과 국회 내 물리력 행사 관행에 대한 제도 개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점화될 여지도 있다.

 

이날까지 항소 여부가 가려지면서 국회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관한 사법 절차 마무리를 목전에 두게 됐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국회선진화법 실효성, 회의 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두고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오태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검찰#나경원#황교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