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마비증 겨냥한 듀비에 성분 재도전…종근당, 미국 임상 2상 진입 의미는
위마비증 치료를 겨냥한 국산 당뇨병 신약 성분의 적응증 확장이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의 주성분 로베글리타존이 미국에서 위마비증 임상 2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글로벌 라이선스 파트너사인 아클립스테라퓨틱스가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임상 협약을 체결하면서, 위마비 영역에서의 새로운 경구 치료 옵션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만성 위장운동 장애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노린 기회이자, 국산 대사질환 신약의 파이프라인 확장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종근당은 27일 로베글리타존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파트너사 아클립스테라퓨틱스가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위마비증 치료 후보물질 M107의 임상 2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M107은 로베글리타존의 개발 코드명으로, 이번 계약에 따라 메이요클리닉이 아클립스로부터 연구 지원금을 받아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수행한다.

LOGAST라는 명칭으로 설계된 이번 임상 2상은 특발성 위마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개 임상 단계다. 피험자 모집은 2025년 1분기 개시가 목표로 제시됐으며, 메이요클리닉의 미네소타 로체스터, 애리조나 피닉스, 플로리다 잭슨빌 등 3개 캠퍼스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내 선도적인 소화기 질환 연구 기관이 다기관 형태로 참여해, 초기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신뢰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로베글리타존은 종근당이 개발한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의 주성분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기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종근당은 2023년 위마비증을 포함한 신규 적응증을 발굴하기 위해 아클립스와 글로벌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하며, 기존 대사질환 치료제의 활용 범위를 소화기 질환까지 넓히는 중장기 전략을 준비해 왔다.
아클립스는 로베글리타존을 위마비증에 적용하는 핵심 과학적 근거로 대식세포 극성 조절 기전을 제시한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로베글리타존은 염증을 억제하는 M2 대식세포의 발현을 높이고, 염증을 촉진하는 M1 대식세포를 줄여 대식세포의 불균형 상태를 조정한다. 위마비증에서 위장 신경과 평활근 주변에 존재하는 대식세포의 염증성 변화가 신경 손상과 연동 운동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염증 패턴을 바꾸는 접근이 질환의 근본 기전에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개발 전략은 단순 증상 완화가 아닌 병태 조절형 치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 옵션과 차별점을 갖는다. 현재 위마비증 치료에는 위 배출 촉진제, 항구토제 등 증상 조절 중심의 약물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장기간 사용 시 심혈관계 부작용과 신경계 이상 반응 등 안전성 우려가 반복 제기돼 왔다. 염증성 대식세포 불균형을 타깃으로 하는 경구용 후보물질이 2상 단계까지 진입한 사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드물어, 성공 시 위마비 치료 패러다임을 전환할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마비는 기계적인 폐색 없이 위 배출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되는 질환으로, 오심, 구토, 조기 만복감, 복부 팽만, 체중 감소 등을 유발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높아 대사질환과 소화기 질환이 겹치는 대표적 영역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명확한 표준 치료제가 부족하고, 약물 반응성이 환자별로 크게 달라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분야로 분류된다. 아클립스가 듀비에 성분을 위마비증에 적용하려는 배경에는 당뇨병과 위마비증이 공유하는 대사·염증 축을 공략해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에서는 위장운동 장애 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 경쟁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유럽과 미국 일부 기업들이 장운동 촉진제, 세로토닌 수용체 표적 약물, 장신경계 조절 약물 등을 개발 중이지만, 염증성 대식세포 불균형을 직접 겨냥한 기전은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문다. 메이요클리닉이 연구자 주도 임상이라는 형식을 택한 것도 새로운 기전을 가진 약물에 대한 기초·임상 연계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종근당은 당뇨병 치료제 로베글리타존을 통해 이미 대사질환 영역에서 장기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축적한 상태다. 여기에 위마비증이라는 희소성 높은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을 확장함으로써, 라이프사이클 관리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동시에 노리는 행보다. 향후 임상 결과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과의 비임상·임상 데이터 인정 범위, 적응증 추가 심사 전략 등 규제 이슈가 본격 부각될 수 있다.
아직 M107의 임상 2상은 연구 계획 수립과 피험자 모집 단계로, 안전성과 초기 효능 신호를 확인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위마비증 환자 집단의 이질성과 복합적인 병태를 고려하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계와 바이오마커 정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메이요클리닉의 다기관 참여를 통해 영상, 위 배출 검사, 증상 점수 등 다차원 평가지표를 통합하는 임상 설계가 도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레이먼드 K. 후크 아클립스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는 메이요클리닉과의 협력이 위마비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하며, M107이 위마비증의 근본 병태를 조절할 수 있는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종근당 김영주 대표이사는 듀비에가 당뇨병을 넘어 새로운 치료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회사 전략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국산 당뇨병 신약 성분이 미국 선도 의료기관과 손잡고 희귀성 위장운동 장애 영역으로 진입한 만큼, 향후 임상 데이터의 질과 사업화 전략이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파트너링 모델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M107이 실제 시장에서 위마비 치료 패턴을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적응증 확장이 듀비에 전체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