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걷고 향기를 맡는다”…흐린 평창에서 찾은 실내외 여행지의 매력
비 오는 날 평창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쾌청한 하늘은 아니지만, 흐린 공기 속에서 한층 느긋해진 산책과 실내 체험을 찾는 분위기다. 예전엔 화창함만이 여행의 조건 같았지만, 지금은 그날의 날씨에 맞춰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많다.
18일 평창군 오전 기온은 24.4도였으나 습도가 높고 오후부터 밤까지 비 소식이 예보됐다. 그러다 보니 SNS나 커뮤니티에서는 “오늘 같은 날 어디 가지?”라는 질문이 심심치 않게 공유됐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실내와 가까운 실외가 공존하는 평창의 여행지로 발걸음을 돌린다.

이런 흐린 날씨에 특히 주목받는 곳이 대관령자연휴양림이다. 커다란 나무 아래로 데크길이 펼쳐지는데, 여름 비를 피하면서도 숲의 청량감을 품을 수 있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스치는 바람에 마음이 정돈된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있다. 평창을 오랜만에 찾았다는 윤지현 씨(34)는 “비 오는 날이라 더 조용한 숲에서 마음까지 젖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숲길 외에도 오대산 선재길은 흐린 날에 더욱 빛난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평탄한 숲길에는 안개가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고요한 산사와 함께 천년 고찰의 분위기를 만끽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흐린 날 오대산 숲길은 평소보다 색감이 차분해져 내면의 안정감을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창군 관광과에 따르면, 선재길을 방문한 관광객 만족도는 비 오는 날 오히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외 활동만으로 부족하다면 허브나라농원에서 식물과 향기를 직접 체험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우천 시 온실과 체험공간이 개방돼 여행 계획이 흐트러질 염려가 없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겐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도 추천할 만하다. 조선의 기록 유산을 천천히 관람하다 보면, 빗소리마저 여행의 일부처럼 어깨를 감싼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오는 여행이 오히려 여유롭다”, “아이와 실내외 번갈아 다니니 더 기억에 남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전의 ‘날씨가 좋아야 여행이 가능하다’는 공식은 점차 희미해지는 듯하다.
사소해 보여도, 흐린 하늘 아래에서의 산책이나 조용한 실내 체험은 우리의 일상을 잠시 숨 쉬게 해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