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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문건 발언 논란 무죄 유지”…송영무, 2심도 직권남용 혐의 벗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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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검토 문건을 둘러싼 논쟁과 고위 군 수뇌부의 책임 공방이 다시 법원 문턱에서 멈춰 섰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검토 문건 관련 발언을 놓고 기소됐던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며, 공수처와 검찰이 제기한 직권남용 수사가 정면 도전에 직면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3부는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송 전 장관에게 제기된 허위 서명 강요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고, 이에 따라 공수처 요구로 시작된 사건은 2심에서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허위서명 강요' 송영무 전 국방장관 / 연합뉴스
'허위서명 강요' 송영무 전 국방장관 / 연합뉴스

쟁점은 2018년 7월 9일 국방부 장관 주재 간담회 이후 벌어진 사실관계확인서 작성 과정이었다. 당시 언론은 송 전 장관이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위수령 검토는 잘못이 아니며 법적 문제도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송 전 장관이 해당 보도 이후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만들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요구하도록 지시했다며 지난해 2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과 마찬가지로 송 전 장관의 행위가 직권을 남용해 부하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국방부가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던 상황을 언급하며, 송 전 장관이 계엄 문건에 문제의식이 없거나 개혁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해일 전 군사보좌관과 최현수 전 국방부 대변인이 언론 보도를 오보로 판단해 정정보도 요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확인서를 스스로 마련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참모들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자료를 모은 행위를 두고, 조직의 통상적 대응 범위를 넘어선 이례적 남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 전 장관이 직접 서명을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서명 대상에서 국방부 차관과 합동참모본부 주요 관계자 등 일부 고위 인사가 제외된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장관의 구체적 지시가 있었다면 같은 회의에 참석한 고위 간부들이 서명 대상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간담회 중 송 전 장관의 발언 자체는 1심에서 인정된 사실로 유지하되, 이후 확인서 작성 과정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은 무죄라는 1심의 결론이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선고 직후 송영무 전 장관은 법정을 나서며 재판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취재진에 "위법적인 행동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고 확신했다"고 말하며, 장관 재임 시절 국군기무사령부의 정치 개입 차단과 조직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함께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정해일 전 군사보좌관, 최현수 전 대변인에 대해서도 "참모들이 고생이 많았다"고 언급하며 안도감을 내비쳤다.

 

이번 판결은 공수처 수사 요구로 시작해 검찰 기소로 이어진 계엄 문건 수사가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무죄로 귀결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계엄 검토 문건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는 별개로, 법원은 직권남용죄를 적용하기 위해선 피고인의 구체적 지시와 부하에게 부과되는 ‘의무 없는 일’이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

 

한편 공수처와 검찰이 연달아 직권남용 혐의를 문제 삼았던 사안인 만큼, 향후 상고 여부와 대법원 판단에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계엄 문건을 둘러싼 법적 책임 논쟁과 향후 고위 공직자 직권남용 수사의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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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국군기무사령부#공수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