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공급망 플랫폼” 한국후지쯔, 메디앙스 디지털 전환 가속
디지털 공급망 기술이 소비재 제조 유통 산업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유아용 생활용품과 같이 시즌과 채널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수요 예측과 재고 최적화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국내 IT 서비스 기업이 전사 시스템을 통합하는 단일 플랫폼 구축에 나서면서 국내 유통 제조 분야 공급망 디지털 전환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한국후지쯔는 유아생활 전문 기업 메디앙스와 디지털 전환 및 통합 공급망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메디앙스 국내외 6개 법인에 흩어져 운영돼 온 ERP 전사적자원관리, SCM 공급망관리, WMS 물류관리, POS 판매시점관리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판매와 재고, 생산까지 이어지는 전사 프로세스가 단일 흐름으로 재구성돼 한 화면에서 관리되는 구조로 바뀐다.

핵심은 통합 공급망 운영 체계다. 한국후지쯔는 각 법인과 시스템별로 분절돼 있던 수주 주문, 생산 계획, 재고 배분, 매장 판매 데이터의 흐름을 공통 데이터 모델 기반으로 재설계할 계획이다. 제조와 품질 관리 영역에서는 생산 실적과 불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집계해 생산 계획 정확도를 높이고, 재고와 물류 영역에서는 창고별 재고 위치와 이동 이력을 세밀하게 추적해 재고 정확도와 회전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는 수작업 집계와 시스템 간 수동 연계로 인해 발생하던 재고 오차와 리드타임 지연을 줄이고, 수요 급변 시 생산과 출고를 신속히 조정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
통합 플랫폼은 메디앙스의 주요 프로세스를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문과 판매 데이터는 POS와 온라인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집계돼 ERP와 SCM 모듈로 전달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 계획과 재고 보충 전략이 자동 수립되는 구조가 구축된다. 물류 영역에서는 WMS가 입출고와 피킹, 패킹 데이터까지 디지털로 기록해 창고 가시성을 높인다. 한국후지쯔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재고 회전율 개선과 물류 리드타임 단축이 동시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프로젝트는 유아생활용품과 같은 소비재 산업에서 디지털 공급망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산율 변화, 온라인 채널 확대, 해외 직구 증가 등 수요 패턴 변화가 빠른 시장에서는 과잉 생산과 재고 폐기, 품절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한다. 메디앙스가 통합 플랫폼을 도입하면 국가별 법인 단위로 쪼개져 있던 수요와 재고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어, 특정 지역의 초과 재고를 다른 채널 수요로 전환하는 등 전사 최적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품절이나 배송 지연이 줄고, 신제품 출시에 맞춘 적기 공급이 이뤄질 여지도 커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유사한 공급망 통합 경쟁이 치열하다. 다국적 소비재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ERP와 고급 분석 도구를 결합해 판매 실적과 소셜 데이터까지 반영한 수요 예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흐름과 비교할 때, 메디앙스의 통합 플랫폼 도입은 국내 중견급 소비재 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운영 체계에 근접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국내외 복수 법인을 동시에 아우르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향후 다른 중견기업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규제와 정책 측면에서는 별도의 인허가 대상은 아니지만, 데이터 관리와 보안 체계 구축이 관건이 된다. 전사 시스템과 공급망 데이터가 한 플랫폼으로 모이면서 고객 정보와 거래 데이터, 생산 원가 등 민감한 정보가 집중되기 때문에, 접근 통제와 암호화, 로그 관리 등 정보보호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정부가 제조와 유통 분야 스마트공장, 디지털 전환 지원 정책을 확대해 온 만큼, 유사 프로젝트와의 연계 지원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메디앙스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운영 프로세스 표준화로 공급망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미래 성장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기반 공사로 평가했다. 이어 기업 전체를 연결하고 의사결정을 강화해 회사 체질 자체를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에서는 통합 공급망 플랫폼이 실제 현장에 안착해 재고 회전율과 리드타임 개선 같은 정량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