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역사왜곡 방치”…이재명, 정치현수막 제도 전면 개선 주문
정당 명의로 설치된 현수막의 ‘역사왜곡’ 논란이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광주 도심에 5·18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 등에 대한 왜곡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잇달아 게시되면서 지방정부와 시민 사회가 강하게 반발했으나, 현행 법제 아래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현실이 재확인됐다.
12일 광주시청 앞 인도변에는 ‘4·3 공산당 폭동으로 발생, 역사왜곡 그만!’이라는 내일로미래로당 명의의 현수막이 게시됐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은 단속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정당이 정치활동 목적으로 게재한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 개정(2022년) 이후 허가 없이 자유롭게 설치가 가능해 지방자치단체가 철거할 수 없다. 특히 정당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하거나 훼손할 시 재물손괴죄로도 처벌될 수 있다.

지난해 역시 광주 중심가에 ‘5·18 북한군 개입설’, ‘가짜 유공자’ 등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현수막이 출현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이 정당 관계자를 5·18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실효성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현수막 난립과 역사 비방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2023년 자체 조례를 제정했으나,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위반된다”며 해당 조례를 무효로 판시했다. 법원의 판결 이후 정당 명의 현수막은 사실상 규제를 받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문제가 확산되자,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를 통해 현 제도의 허점을 직접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라면 철거하지 못한다”고 언급하며, “악용이 심하다면 법을 개정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당 현수막 제도가 혐오와 허위 조작 확산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면 방치할 수 없다”고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은 게시 기간이 끝나면 문구만 바꿔 재설치가 반복된다”며 현행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중앙정부 차원의 법 개정 없이는 5·18 등 역사왜곡 현수막 난립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옥외광고물법 적용 예외 조항의 재검토와, 역사왜곡·혐오 표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국회는 정당 현수막 규제 관련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본격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