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한밤중 도나우에 부는 네 언어의 파문”…유럽도 숨죽인 환호→예술성 극대화
잔잔한 도나우강 밤공기를 가득 채운 무대 위, 카이의 목소리가 낯선 유럽 관객의 심연을 두드렸다. 단 한 줄의 노래가 유럽 대륙을 훑고 지나는 듯한 감동, 국경을 잊은 환호가 뜨겁게 퍼져나갔다. 겹겹의 언어와 이질적인 감성조차 음악 앞에서 하나로 녹았고, 그 순간 오직 예술만이 물결처럼 남았다.
카이는 오스트리아 빈 인공섬에서 펼쳐진 ‘도나우인젤페스트’ TOURISMUS BÜHNE 무대에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단독 공연자로 나섰다. 수천 명의 현지 관객과 한국 문화를 잇는 다리로서, 그는 ‘Inspire Me Korea’의 메인 아티스트로 초청돼 환호의 물결을 이끌었다. 현장은 첨예하게 뜨거웠으며, 한류의 현재와 미래가 식지 않은 박수로 증명됐다.

이날 카이는 한국 창작뮤지컬 ‘벤허’의 명곡을 시작으로, ‘지킬 앤 하이드’, ‘레미제라블’ 등 동서양 대표 뮤지컬의 넘버를 네 가지 언어로 풀어냈다. 익숙하지 않은 독일어부터 한국어, 영어, 이탈리아어까지 매끄럽게 오가며, 무대 위에서 빚어지는 감정의 결을 세심하게 드러냈다. 그 목소리에는 언어적 장벽마저 의미 없어졌고, 오롯이 진심만이 퍼졌다.
절정은 오스트리아 관객에게 가장 가까운 작품, 뮤지컬 ‘엘리자벳’의 대표곡 ‘Ich gehör nur mir’ 무대에서 펼쳐졌다. 엘리자베스 황후의 내면을 노래하는 이 장면에선 카이의 섬세한 해석이 더해지며, 객석 전체가 숨을 멈춘 듯 정적에 휩싸였다. 현지인들에게 깊은 상징성을 가진 이 곡에 카이만의 색채가 입혀지자, 무대 아래서 쏟아진 박수와 환호는 그 웅장함을 더욱 키웠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연주에 얹혀진 카이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국경과 언어를 초월하는 교각이 됐다. 관객과의 자연스러운 소통까지 더해지면서, 공연장은 진정 예술적 교감이 흐르는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언어의 경계가 허물어진 무대’, ‘크로스오버의 진가’라는 현지 평가부터,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으로서의 존재감이 새롭게 각인됐다.
유럽 최정상 페스티벌에서 한국 뮤지컬 아티스트로 받은 기립 박수는 K컬처의 위상을 재차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카이는 도나우 밤하늘을 수놓은 박수의 여운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뮤지컬 ‘팬텀’ 10주년 시즌 무대에도 오른다. 8월까지 이어질 이 무대를 통해 국내외 관객과 또 한 번 깊이 있게 교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