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서울 시민 삶의 질 높이겠다”…정원오, 서울시장 출마 고심 속 “마음의 준비 돼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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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부 경쟁 구도가 가시권에 들어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된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경선 참여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다. 정 구청장은 다만 예산 심의 과정과 직을 둘러싼 법적 요건을 고려해 최종 결심을 밝히겠다고 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10일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거의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구의회 심의가 끝난 뒤 고민해서 판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구체적 출마 시점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사회자가 공식 출마 선언이 다다음주에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출마 선언까지는 아니고요, 해튼 결심에 대해서는 얘기드릴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출마 결심을 공식화하되, 시점과 형식은 예산 심의 이후로 미루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직 사퇴 문제도 언급됐다. 정원오 구청장은 구청장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치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출마하려면 3월 4일 이전에 사퇴해야 된다"며 "경선이 그 이후에 있을 거 같아서 아마 사퇴하고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이 다른 선출직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일 90일 전까지 직을 내려놔야 하는 만큼, 실제 경선 일정에 따라 사퇴 여부가 정국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이슈를 묻는 질문에는 도시 경쟁력과 시민 삶의 질을 최우선 의제로 제시했다. 정 구청장은 "도시 경쟁력과 시민 삶의 질이 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컨설팅회사 커니가 발표하는 글로벌도시지수 GCI를 거론하며 "올해 서울 순위가 12위로 10년 전과 비슷한데 잠재력은 세계 2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 순위와 잠재력 사이의 격차를 "서울의 기업과 시민 능력은 세계 최고인데 행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그런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구청장은 특히 행정 리더십의 문제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행정이 너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며, 도시 성장의 동력은 민간에 있는데 행정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서울시 행정 전반의 우선순위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따라붙는다.

 

현 시정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정원오 구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한 한강버스 사업과 관련해 "교통용으로 안 된다는 것으로 판단이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들어간 예산을 고려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를 회수하려면 관광용으로는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강버스를 교통수단이 아닌 관광 인프라로 전환해 세금 낭비 논란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원오 구청장의 정책을 언급하며 칭찬을 남긴 바 있다. 정 구청장은 이에 대해 "깜놀이죠"라고 하면서도 "과거 성남시장 시절에, 경기지사님이나 대표님 하실 때 만날 때마다 제가 잘한 정책을 칭찬해주셨다. 그런 건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인사와의 친분이나 계파 구도로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해석하는 데 대해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 구청장은 스스로의 정치 스타일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별명이 순한 맛 이재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별명에 대해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서 크게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조용히 일로 승부하는 것에서 그런 평가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적 정치 공세보다는 정책 추진과 행정 성과로 경쟁하겠다는 이미지를 부각한 셈이다.

 

정원오 구청장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구도의 윤곽이 잡히는 과정과 맞물려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거리 두기, 야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4선 도전 여부가 변수로 거론되는 가운데, 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의 광역지자체장 도전은 정국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향후 정 구청장이 예산 심의 종료 시점에 맞춰 출마 결심을 공식화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 룰과 일정 논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아울러 서울시정 평가와 도시 경쟁력, 삶의 질을 둘러싼 정책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국회와 정치권은 지방선거 국면을 향한 새로운 공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 제1야당은 서울 표심을 둘러싼 정면 승부를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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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이재명대통령#오세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