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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실린 차중 3호 초기 교신 성공…국산 위성기술 신뢰 입증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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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발사체 누리호에 실려 발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초기 교신에 성공하며 국내 위성 플랫폼 기술의 신뢰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초기 교신은 위성이 목표 궤도에 안착했는지, 전력 공급과 통신 체계가 정상 동작하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로, 향후 정규 임무 수행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향후 공공·상용 위성 수주와 우주항공청의 중장기 위성군 운용 전략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7일 새벽 1시 55분 남극세종기지 지상국에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의 첫 교신을 수행해 위성 상태 정보를 수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네 번째로 발사된 누리호의 주탑재위성으로, 발사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지구 상공을 통과하는 지상국과 통신 링크를 열어 탑재 컴퓨터, 전력계, 자세 제어계 등의 기본 상태를 점검한다.

항우연은 이번 초기 교신에서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태양전지판이 계획된 대로 전개됐는지와 전력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지를 우선 확인했다. 태양전지판 전개는 위성이 자체 전력을 확보하는 핵심 과정으로, 실패 시 배터리 고갈로 전체 시스템이 마비될 위험이 있다. 통상 초기 교신 구간에서는 위성의 온도, 회전 속도, 안테나 상태 등의 기초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함께 수신해 궤도 환경 적응 여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국내 지상국과 해외 지상국을 동시에 활용하는 운용 전략도 눈에 띈다. 항우연은 대전 항우연 지상국에서 이날 오전 2시 39분경 1차, 오전 11시 57분경 2차 교신을 통해 보다 정밀한 상태 점검을 이어갈 계획이다. 남극세종기지와 노르웨이 스발바드 지상국 등 해외 지상국과의 교신은 발사 직후 첫 교신을 시작으로 오전 11시 59분경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위성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면서 각 지상국 상공을 통과하는 짧은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다.

 

이번 성과는 국산 발사체와 국산 위성, 그리고 다국적 지상국 네트워크가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우주항공청은 누리호를 통해 확보한 발사·궤도 투입 경험에 더해, 차세대중형위성 시리즈를 중심으로 지상 관측, 재난 감시, 국토 관리 등에 활용 가능한 위성군을 단계적으로 늘려갈 계획을 추진 중이다. 차세대중형위성 플랫폼은 탑재체만 교체해 다양한 임무에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로 설계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초기 교신 성공 자체가 향후 동일 플랫폼 기반 후속 위성 개발의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형급 관측위성을 다수 운용하며 기상 예측, 농업, 환경 모니터링,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그동안 발사체와 위성 본체, 지상국 운영을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확보해 왔으나, 누리호와 차세대중형위성 조합을 통해 자국 발사 능력과 위성 운용 능력을 연계한 체계적 우주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첫 번째로 이뤄지는 주요 위성 운용 일정 가운데 하나여서, 향후 예산 배분과 민간 기업 참여 확대 전략에 참고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교신 결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다음 단계로 궤도상 시험 운용을 거쳐 본격 임무 수행이 이어지게 된다. 실제 임무는 한반도 및 주변 지역의 고해상도 관측, 공공 데이터 제공, 관련 산업과 연구개발 수요에 필요한 영상과 측정값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와 연구계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초기 교신 성공을 계기로, 향후 후속 위성 개발과 민간 위성연구 참여 기회가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이 예고한 국내외 지상국과의 추가 교신 결과에 따라, 위성의 세부 탑재체 성능 검증과 장기 운용 안정성이 확인되면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적 성과가 실제 서비스와 사업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정부 정책과 민간 수요의 균형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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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중형위성3호#누리호#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