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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속 산사, 양떼와 산책”…화순의 고요한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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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속 산사, 양떼와 산책”…화순의 고요한 시간 속으로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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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게 흐린 날, 사람들은 고요를 찾아 남쪽으로 향한다. 전라남도 화순군이 품은 잔잔한 자연과 사찰, 그리고 느릿한 시간은 이제 여행자들에게 ‘쉼’의 또 다른 표준이 됐다. 굳이 화려함이나 다이내믹한 액티비티가 없어도, 물안개 피어오르는 저수지 풍경과 산사 한 켠의 평온은 오히려 더 깊은 위로를 준다.

 

요즘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을 찾겠다며, 소박한 여행지를 찾는 이들이 많다. 특히 화순의 세량제는 봄 산벚꽃과 어우러진 물안개가 신비로움을 더하며, SNS에서도 ‘은은한 힐링 명소’로 꾸준히 회자된다.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한 장의 벽지 같은 절경을 찍을 수 있다며 입소문이 났을 정도다. 아침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수지 수면 위로 안개가 스며들어, 잠시 멈추고 눈을 감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만큼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누리기에 제격인 곳이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화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화순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2~3년 간 전남권 자연 관광지 검색량이 전년 대비 28% 가까이 늘었다. 3040 세대뿐 아니라 청년, 가족 단위 방문객 사이에서도 ‘복잡하지 않은 휴식’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흐름이다. 무등산양떼목장 역시 주말이면 맑은 초지에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여유로운 장면을 마주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동물 친구들과 직접 교감하는 체험, 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연스레 웃음짓게 만드는 공간, 그 모두가 “바쁘게만 달려온 내 마음에 숨 쉴 틈을 준다”고 표현된다.

 

고요함과 사색을 바랄 때는 운주사를 찾기도 한다. 천 불천탑의 전설이 서려 있는 이 고찰에서, 사람들은 뒷산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석불과 탑을 감상한다. 특이한 장승처럼 솟아 있는 돌탑, 해가 들듯 미소 짓는 와불 앞에서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고백한다. 한 사찰연구 전문가는 “운주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삶의 균형을 돌아보는 순간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사진만 봐도 마음이 정화된다”, “가족과 함께 다시 가고 싶다”는 이야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러 갔는데 그게 진짜 힐링이었다”는 체험담이 이어진다.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일상 한 장면이 여행이 되고, 조용한 자연의 결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 가치를 다시 깨닫는다.

 

화순의 흐린 날씨와 안개 낀 경치는 단지 날씨 정보에 머물지 않는다. 춤추듯 흔들리는 물안개, 청명한 산사 풍경, 그리고 느긋한 동물들의 움직임은, 생활의 리듬을 느리게 되감아 주는 작은 열쇠 같은 존재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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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세량제#운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