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미국 황금주 넘겨받고 US스틸 품다”…트럼프 승인에 철강 지형 급변→경영 리스크 촉각
뜨거운 철강의 심장, 미국 산업현장이 다시 한 번 격동의 중심에 섰다. 일본제철이 마침내 미국의 상징적 철강 기업 US스틸을 140억 달러, 한화로 약 19조1천억 원에 인수키로 결정하면서, 수십 년간 고요하던 강철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거대한 인수전의 배경에는 인구 감소로 위축된 일본 내 시장 한계 탈피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절박한 생존 전략이 스며 있다.
미국과 일본, 두 경제 강대국의 이해가 부딪힌 세계 철강 협상전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의 ‘황금주’ 조건과 고용 보장, 대규모 추가 투자 등 까다로운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관리자 없는 완자판처럼 굴러가던 글로벌 철강 시장은 이제 새로운 긴장과 경계의 시대로 진입했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품에 안음으로써 조강 생산량을 4,364만 톤에서 5,782만 톤으로 확대하게 되었고, 이는 3위 중국 안강그룹(5,955만 톤)과의 격차를 크게 줄이는 변화다. 비록 순위는 4위로 유지되나, 기술력과 북미 내 입지, 그리고 글로벌 영향력에서의 존재감은 훨씬 처연하게 도드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인수의 성사까지는 험난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미국 철강노조와 주요 정치권 인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선후보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일시적으로 매각 불허 방침이 내려지기도 했다. 1월 바이든 전 대통령이 매각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일본과의 정상회담 이후 흐릿했던 분위기는 교차점에 선 듯 바뀌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 불허 재검토를 지시했고, 마침내 6월 13일 일본제철 인수를 허락하는 행정명령에 직접 서명함으로써 긴 막이 내렸다.
주도권은 미국 정부의 손에 남았다. 일본제철이 수용한 황금주 구조는 경영의 핵심 안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이와 행위의 흐름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암시한다. 양국 사이에 체결된 국가안전보장협정, US스틸 고용·공장 유지를 포함한 투자 약속 등도 인수 이후 일본제철의 경영 환경과 선택지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황금주를 직접 관리하겠다"며 미국 내 철강 산업 보호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일본 내 전문가들 역시 관망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이시카와 도모히사 니혼소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행정부의 경영 간섭과 보호무역 기조, 그리고 대폭 늘어난 재무 부담을 우려한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비싼 거래"라며 신중한 평가를 내린다. 이번 인수는 일본계 해외 인수합병 중에서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제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와 시장 상황, 글로벌 공급과잉이라는 두터운 파도 위에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야 한다.
최종 인수 절차가 임박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미일 양국의 경제정책 변화와 대통령의 경영 개입,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철강 시장은 다시 한 번 거대한 전환점에 섰고, 그 운명의 서사에는 동반 불확실성과 기대가 길게 드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