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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서촌 골목에 새긴 땀방울”…양동태·조양화, 시간 멈춘 삶의 풍경→도심에 번지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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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서촌 골목에 새긴 땀방울”…양동태·조양화, 시간 멈춘 삶의 풍경→도심에 번지는 위로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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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 여전히 옛 정취를 간직한 서촌으로 발걸음을 옮긴 ‘동네 한 바퀴’가 새로운 위로의 장면을 선사했다. 화창한 아침, 오픈버스 위에서 시작된 여행은 바람과 햇살, 그리고 도시 깊숙한 곳곳에 깃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엮어냈다. 골목의 실핏줄 같은 길마다 어김없이 오래된 삶의 흔적이 촘촘히 묻어 있었고, 그 풍경 속에선 양동태, 조양화 두 사장님의 진솔한 손길이 고요히 빛났다.

 

서촌의 한 귀퉁이, 4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철물점 주인 양동태의 얼굴에는 소박한 자부심과 인생의 온기가 배어 있었다. 한옥을 개조한 작은 공간엔 시간의 묵직함과 동네 사람들의 인사가 구석구석 남아, 그 곳을 방문한 이들의 마음에 한 조각 안정감을 선물했다. 늘 그렇듯 생활 틈새마다 마주치는 그의 땀 냄새는 골목을 작은 마을 박물관으로 변화시켰다.

서촌 골목길 여행…‘동네 한 바퀴’ 양동태·조양화의 삶 이야기→도심 한가운데 위로
서촌 골목길 여행…‘동네 한 바퀴’ 양동태·조양화의 삶 이야기→도심 한가운데 위로

골목길에 스며드는 곰탕 냄새를 따라가면 22년째 한자리에서 손님을 맞는 식당 주인 조양화가 있다. 그가 건네는 한 그릇의 곰탕에는 친근한 어머니의 손맛과 다정한 이야기, 그리고 늘 변함없는 정성이 벼려져 있었다. 식탁에 둘러앉은 이들에게 줄곧 따뜻한 위로로 남아 있는 곰탕은, 가족의 온기가 서려 있는 옛집처럼 방문객의 마음을 달랬다.

 

또 다른 길목, 빠르게 흐르던 시간을 잠시 멈추기로 한 박정은은 14년간 방송작가의 바쁜 일상을 내려두고 서촌 골목에서 양모펠트 인형 공방을 열었다. 작은 손끝 위에서 하나하나 완성되는 인형들은 미처 흘려보내지 못한 지난날의 조각들을 부드럽게 위로했다. 조용한 변화를 선택한 박정은의 하루엔 느린 계절감과 서촌만의 속도, 그리고 진솔한 행복이 녹아들었다.

 

서촌에서는 또 다른 이국의 풍경도 발견된다. 튀니지 가정식을 내는 식당을 운영하는 이지혜는 12년 전부터 낯선 음식에 익숙함을 한 스푼씩 더했다. 한국과 튀니지의 시간이 교차하는 식탁에서, 사람들은 국적을 넘어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곳곳의 식탁 위엔 여행자의 새로운 기억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손님들의 사연도 오롯이 얹혔다.

 

인왕산과 경복궁을 품은 수성동 계곡에서는 소리가 들려온다. 흙길을 밟으며 계곡을 찾은 이들이 대금 소리와 아이들의 물장구 소리가 어우러진 여름 풍경을 만끽했다. 민속화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이 자리에서,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여전히 빵 냄새가 감도는 서촌의 오래된 빵집도 있다. 청와대 담장 곁, 40년 동안 구워낸 유재영의 빵엔 오랜 기다림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따뜻하게 배어 있었다. 이 빵집에는 대통령도, 동네 어린이도 발을 들였다. 엷은 추억과 온기가 아직도 번화한 거리 곳곳을 감쌌다.

 

이처럼 서촌은 번화함 속의 느림과 구석구석 서린 정, 그리고 오래된 것들이 새로움을 품은 채 살아 숨쉬는 마을이었다. “서울의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을 줄 몰랐다”는 여행자의 한마디처럼, 서촌은 바쁜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위로의 공간이 돼줬다. 사람, 골목, 음식, 풍경이 어우러진 서촌의 이야기는 7월 12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에서 담담하고도 깊은 여운과 함께 전해진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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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양동태#조양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