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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고요한 호수”…안성에서 느끼는 평화와 쉼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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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고요한 호수”…안성에서 느끼는 평화와 쉼의 순간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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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돌아보는 일이었다. 흐린 오후, 경기 남부의 안성에서는 평온한 시간들이 천천히 흘렀다. 예로부터 농업과 교통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오늘도 여유로운 산책과 사색을 즐기는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23일 오후 25.9도의 기온과 흐린 하늘, 선선한 바람은 호숫가 산책길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했다. 안성시 고삼면의 고삼호수는 드넓은 물 위로 붉은 노을이 번지고, 잔잔한 파문 사이로 고요한 감정이 스며든다. SNS엔 산책길 풍경이나 낚시 인증사진이 부쩍 늘었다. “물안개 속에 서 있으니 세상 소음이 모두 멀어지는 기분”이라는 이들의 고백은, 이 공간이 주는 몽환적 평화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성

죽양대로의 죽주산성 또한 그만큼 깊고 넓은 풍경을 품었다. 임진왜란의 흔적을 머금은 산성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과 솔로 트레커가 나란히 걸으며 드넓은 남부 들판을 바라본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안성 지역 유적 탐방객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한적한 산책로, 성벽 위를 걷는 발걸음은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한다.

 

서운면의 청룡사는 천년 전통의 고찰로, 고려 원종 때 지어진 대웅전과 고려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옹화상과 청룡의 전설, 5톤 청동종, 조선 후기 남사당패의 숨결까지 곳곳에 스며 있다. 조용한 절 마당에 앉아 있으면, “경건함과 차분함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졌다”는 방문자의 글처럼 저마다의 속도로 자신의 시간을 되찾는다.

 

여행지의 가장 큰 매력은 때론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익숙해서 지나쳤던 고요함 속의 쉼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요즘엔 북적이는 곳보다 한적한 산책길이 좋다”, “물결 소리 들으며 걷는 시간이 제일 힐링”이라는 공감이 이어진다. 천천히 흘러가는 오후, 잊혀진 감정들이 고요히 깨어난다.

 

안성의 호수와 산성, 그리고 고찰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의 리듬을 차분하게 바꿔주는 일상의 쉼표가 된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때의 평화로운 감정은 아직도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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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고삼호수#청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