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사상 첫 3,600 돌파”…외국인, 반도체주 대거 매수에 지수 급등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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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코스피가 장중 처음으로 3,600선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장 대비 1.73% 오른 3,610.60에 마감하며,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현물 매수가 시장 강세를 이끌었다. 원·달러 환율이 1,421원까지 올라 매크로 변수의 부담이 컸지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쏠리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52조원 이상 늘어나는 등 증시의 온기가 이어졌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2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최근 반년간 누적 순매수액 11조5,000억원 중 일별 최대 규모로, 글로벌 자금의 국내 반도체주 편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5,900억원, 5,000억원씩 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외국인은 삼성전자(6,031억원), 두산에너빌리티(3,763억원), 삼성전자우(2,118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네이버·로보티즈·클로봇 등 기술주에도 매수세가 확산됐다. 삼성전자는 9만 원선을 회복하며 장중 6% 넘는 강세를, SK하이닉스는 42만 원을 돌파했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표]투자자별 매매동향

시장에서는 글로벌 AI 반도체 모멘텀과 미국의 엔비디아 AI칩 UAE 수출 허가 등 공급망 안정 기대가 국내 반도체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한국 반도체주가 외국인 이목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외국인은 SK스퀘어, SK하이닉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성장주의 일부에서는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섰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전일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과 기관 매도와 맞물리며 순매도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단기적 매도세가 구조적 이탈이라기보단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두산에너빌리티, SK스퀘어, 삼성전자 순매수에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등에서는 강한 매도로 방어적 포지션을 취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외국인과 기관 양측 수요에 힘입어 15% 가까이 급등, 반도체·에너지·기계 관련 업종 전반으로 순환 매수가 확대됐다. 기계장비 업종은 9.65% 상승하며 두각을 보였다. 반면 방산, 2차전지, 철강은 모두 약세였다.

 

이스라엘-하마스 ‘가자 평화구상’ 합의 소식에 방산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4~5% 하락했고, 이차전지주는 테슬라 신차 발표 실망감에 LG에너지솔루션이 10% 가까이 밀렸다. 철강도 EU의 수입 장벽 강화 예고로 POSCO홀딩스와 세아제강 등이 떨어졌다. 반대로 중국 희토류 통제 강화로 유니온머티리얼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외국인 순매수(2,386억원)로 0.61% 오른 859.49에 마감됐다. 로봇주는 일론 머스크의 휴머노이드 개발 발언에 힘입어 일제히 급등,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코스닥 시총 4위로 올라섰다. 거래대금은 코스피 19조5,000억원, 코스닥 8조6,000억원,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도 9조9,000억원을 넘어서며 전반적인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이날 증시를 끌어올린 최대 동력은 ‘외국인 현물 수급’이었다. 전체 환율 급등·미국 금리 불확실성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확대 기대와 국내 첨단 제조 경쟁력이 외국인 자금 유입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3,700선 돌파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원화 약세와 글로벌 금리 변수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가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세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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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삼성전자#두산에너빌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