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극장 3점 홈런 폭발”…김재환, 김재호 은퇴전 역전극→두산의 짜릿한 승부
서울 잠실야구장이 따사로운 여름밤의 벅찬 열기로 물들었다. 두산 베어스의 오랜 중심이자 레전드 유격수 김재호의 은퇴전,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하던 순간, 8회말 터진 김재환의 통렬한 3점포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팬들은 좌석을 떠나지 못했고, 동료들도 환호 속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wiz 맞대결은 6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치러졌다. 이날 승부의 흐름은 시종일관 팽팽하지 않았다. 초반 두산 타선은 잠잠했고, 6회초까지 2-5로 끌려가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양의지가 6회말 건넨 솔로 홈런은 쫓기는 쪽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피웠다.

반면, kt가 8회초 한 점을 추가해 3-6으로 벌어지며 잠실 구장에 무거운 기운이 잠시 감돌았다. 그러나 두산 선수단은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8회말 무사 1, 2루 기회를 잡은 뒤, 양의지의 좌전 적시타로 4-6 추격이 시작됐다. 이어 김재환이 kt 투수 주권의 2구째 싱커를 놓치지 않고 당겨쳐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작렬시켰다. 득점이 7-6으로 순식간에 뒤집혀 구장은 뜨거운 함성에 휩싸였다. 두산은 이어진 공격에서 한 점을 더 추가하면서 8-6까지 달아났다.
두산 불펜의 핵심 박치국은 8회 등판해 1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을 챙겼다. 마무리 김택연은 사흘 연속 마운드에 올라 시즌 14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굳혔다. kt는 9회초 2사 1, 2루서 장성우의 적시타로 마지막 반격에 나섰지만, 마지막까지 한 점 차까지 추격하는 데 그쳤다.
경기 직후에는 두산의 상징 김재호의 특별한 은퇴식이 이어졌다. 김재호는 1,794경기 출전과 통산 타율 0.272, 54홈런, 600타점을 기록한 두산 왕조의 레전드였다. 이날 김재호는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1회말 수비 이후 박준순과 교체됐고, 만원 관중과 동료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화려하게 자신의 선수 인생을 마감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경기 후 “천재 유격수 김재호의 기운이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대선배의 은퇴식 날, 김재환의 극적인 역전포가 더 큰 의미를 남겼다”며 남다른 감정을 전했다. 이날 역전 홈런을 쳐낸 김재환에 대해서도 “마음고생이 많았으니 이번 계기로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두산은 이번 시리즈에서 2연승을 거두며 시즌 34승 3무 48패로 9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과 함께, 은퇴전 역전승이 남은 시즌을 향한 희망의 불씨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김재호의 눈물과 박수가 교차한 야구장 한복판, 경기가 남긴 묵직한 여운은 한여름 밤의 기억으로 오랫동안 간직됐다. 두산의 새로운 시간은 이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