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기, 천년의 그리움에 녹인 대하사극의 무게”→예술가의 고백과 시간의 울림
무수한 조명 사이로 배우 임병기의 세월이 흐른다. 카메라 앞에서 절정의 순간을 살아온 그의 손끝에는 쉼 없이 흘렀던 시간과 진동이 자연스레 스며 있다. 대하사극의 역사와 인생의 무게가 담긴 임병기의 첫 시집 ‘천년의 그리움’은 그렇기에 더욱 울림이 진하다. 연기의 언어를 넘어 삶을 통째로 시로 옮겨 심은 특별한 고백이 한 폭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임병기는 ‘정통 사극의 전설’이라는 수식어답게 반세기 동안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며 대하드라마의 전설로 자리 해왔다. 이번 시집 ‘천년의 그리움’에는 카메라 밖에서 마주한 고뇌, 동료들의 흔적, 그리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길어올린 숨결까지 촘촘하게 담겼다. 단순한 자전적 기록을 넘어, 예술과 삶의 경계에서 날 선 감정의 결을 시로 녹여낸 점이 독자들의 이목을 붙잡는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고난 속에서도 역사는 흐른다’, ‘배우, 역사를 만나다’, ‘전설이 된 배우’, ‘배우, 무대 밖을 살다’ 등 각 시대의 예인으로서 겪었던 여정이 펼쳐진다. 특히 ‘핏빛 대지의 진실’에서는 대하사극 대표작 ‘태조 왕건’ 촬영 중 실제 불화살에 부상을 입은 순간이 현실감 있게 그려지고, ‘사이렌의 울림’에서는 촬영장의 숨가쁜 긴장과 암묵적인 불안, 배우의 기도가 섬세한 언어로 응축됐다. 이 시편들은 현실과 허구,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임병기만의 예술적 자의식과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일기처럼 다가온다.
임병기는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던 마음을 시로 남기고 싶었다”며 시집을 통해 동료들과 함께한 시간, 예술가의 궤적을 기록하고자 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대하사극 예술이 이어지기를 소망하며 그 전통의 무게를 후대와 나누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김종선 감독은 “현장의 열기와 배우의 진심이 시로 기록된 것이자, 정통 사극 흐름을 증언하는 소중한 작품”이라며 찬사를 보냈고, 배우 최수종 또한 “사극을 사랑하는 이들, 배우의 꿈을 좇는 이들에게 큰 울림과 위로로 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년의 그리움’은 임병기만의 빛나는 예술혼과 반세기의 시간, 끝없이 이어지는 도전의 길을 담아낸 문학적 성과다. 무대에서 맞이한 아픔과 희열, 동료와 역사의 흔적, 치열하게 살아낸 삶의 자취들이 한 편의 시로 피어오른다. 그 속에서 살아나는 감정과 기억의 무게는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독자들에게 시대와 예술을 품은 배우의 삶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임병기의 첫 시집 ‘천년의 그리움’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