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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수출 성장 이끈다”…역대 최대 실적에 관세 충격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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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수출 성장 이끈다”…역대 최대 실적에 관세 충격 방어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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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가 주도하는 수출 성장세가 산업계의 ‘바로미터’로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라는 장애물 속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보합 수준을 지키며, 특히 반도체가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해 전체 수출 견인의 중심이 됐다. 업계는 이번 반등을 ‘신(新) 통상환경 경쟁의 분수령’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수출액은 598억 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4.3% 증가해 한 달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상반기 누계 수출은 3347억 달러로, 사실상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0.03%). 반도체는 149억7000만 달러(11.6%↑)로 4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보이며, HBM(고대역폭메모리)·DDR5 등 첨단 메모리 제품 수요가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732억7000만 달러로 11.4% 뛰며, 분기 기준 7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 호조의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단가 회복과 AI 서버 등 신수요가 자리한다. D램·NAND·DDR5 메모리 가격이 월별로 단계적 반등을 보였고,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출도 2개월 연속 성장했다(15.2%↑). 특히 HBM과 DDR5는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AI 시스템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차세대 제품으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단순 증산이 아닌 기술 주도형 판매 전략으로, 가격 회복과 마진 확대를 동시에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와 바이오헬스 등 전략 품목도 미국 등 주요 시장의 관세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버팀목 역할을 했다. 자동차는 미국의 25% 관세에도 6월 기준 63억4000만 달러(2.3%↑)로 반등했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중고차 수출 모두 꾸준히 증가해 5개월 연속 60억 달러 이상 실적을 이어갔다. 바이오헬스 역시 바이오의약품 수출 확대로 11억1000만 달러(54%↑), 상반기 누적 82억 달러(11%↑)를 달성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갱신했다.

 

시장을 세분화하면, 반도체·자동차·컴퓨터(SSD 등)·바이오 등 6개 주요 품목에서 플러스 성장이 두드러졌다. 반면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은 국제 유가 하락과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약화로 각각 11.4%, 18.8% 줄었다.

 

글로벌 비교에서는 미국·EU 등 선진국의 관세 강화, 중국 시장의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한편, 아세안·인도·CIS 등 전략 신흥시장에서는 선박·철강·전기전자 중심의 수출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대 수출국인 미국(6월, 112억4000만 달러)은 반도체·바이오 증가에도 자동차 감소로 보합세(-0.5%)였으며, 중국(104억2000만 달러)은 반도체와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등 동반 약세로 2.7% 감소했다. 반면 EU는 전기차 등 주도 수출로 14.7% 늘었다.

 

관세 등 글로벌 통상환경 급변에도 국내 산업은 품목 및 시장 다변화로 적극 대응 중이다. 특히 미국 수출 감소분을 유럽 등으로 분산하고, IT·바이오 등 첨단 품목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의 충격을 흡수했다. 정부 역시 반도체·첨단기술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안전화와 R&D, 산업 인프라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공급망 불확실성 및 정책·관세 리스크는 상시적인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 등 주력 품목의 고부가화와 신규 시장 확대가 수출 구조 전환의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 주도형 수출이 실제 시장지배력 강화로 이어질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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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수출#고부가메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