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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울돌목을 걷다”…해남의 숲길·바다·역사 속으로 떠나는 남도 감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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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울돌목을 걷다”…해남의 숲길·바다·역사 속으로 떠나는 남도 감성여행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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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복잡한 일상을 떠나 남도의 자연과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해남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예전엔 흔한 관광지로 여겨졌던 해남이지만, 오늘은 고요한 숲길과 역사적 울림, 그리고 온 가족이 어울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공간으로 다시 발견되고 있다.

 

요즘 해남에서는 대흥사의 산길을 걷거나 울돌목 위 명량해상케이블카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이 SNS 곳곳을 채우고 있다. 삼산면 대흥사길에 자리한 대흥사는 1,600년 역사의 숨결이 흐르는 사찰이다. 임진왜란 승군의 총본영이던 곳, 조선 억불정책 아래서도 변하지 않은 명찰의 품격, 보물과 국보가 어우러진 당우가 숲길을 따라 고요히 자리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잘 정비된 산책로는, 걸음마다 나무 냄새와 옛 건물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해남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해남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해남군 자료에 따르면, 가족 단위 체험객뿐 아니라 30~40대 혼행 여행객도 크게 늘었다. 특히 해남의 명량해상케이블카에 오르면, 이순신 장군이 승리한 울돌목의 파도와 다도해의 섬들, 붉은 저녁노을까지 한눈에 담긴다. 케이블카 특유의 개방감과 전망 덕분에, “진짜 남도의 바다가 이런 거였구나”라는 방문객 체험담도 쉽게 만난다.

 

자연에서 힐링을 찾는 흐름에 맞춰, 북평면 해남김치마을도 인기를 끈다. 이곳에선 논·밭과 갯벌, 맑은 개울을 오가며 다슬기 줍고, 가족과 갯벌체험을 하며, 친환경 농산물로 만드는 김치와 발효음식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리듬을 경험시키고 싶은 부모들, 도시의 빠름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은 어른들 모두에게 “느리게 즐기는 여행”이 되는 셈이다.

 

여행 전문가들은 “해남은 여행의 ‘속도’를 바꿔주는 공간”이라 말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숲 향기,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옛 절터와 바다 사이를 걷다 보면, “남도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도 충분하다”라는 감상을 공유하게 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랑 갯벌에서 뛰던 기억이 오래 남아요”, “해남 케이블카, 진심 꼭 한번 타보세요”처럼 체험의 여운과 재방문 욕구가 이어진다. 해남의 여행은 관광지를 ‘스치듯’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를 ‘머물며’ 만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해남에서 잠시 느렸던 그 걸음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진짜 여행은 풍경이 남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시간과 마음이 오래 머무는 일임을 이곳이 보여준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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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대흥사#명량해상케이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