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액 검사로 두경부암 98% 진단”…국내 AI 플랫폼, 초고감도 기술로 주목
국내 연구진이 타액 검사만으로 두경부암을 98% 정확도로 판별하는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존 혈액 검사나 내시경·생검에 비해 환자의 부담이 적으며, 조기 발견에 최적화된 비침습 진단법이라는 점에서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성과는 재료공학, 인공지능, 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 정확도를 확보한 점이 특징으로, 국내외 암 진단 시장의 기술 경쟁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연구는 박준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와 정호상 고려대학교 교수팀이 한국재료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들은 2024년 두경부암 환자와 대조군의 타액 샘플에서 70개 대사물질을 체계적으로 분석, AI 알고리즘과 첨단 센서 플랫폼을 결합해 98%의 진단 정확도·100% 특이도·96% 민감도를 달성했다.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등재된 이번 연구는 국내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실효성까지 검증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핵심 기술은 그래핀 소재와 금 나노코랄(산호형 나노구조) 센서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핀은 연필심의 흑연에서 파생된 단일 원자층 탄소 소재로, 분자를 안정적으로 흡착하며 센서 표면에 미세한 주름과 결함이 많아 신호 검출이 극대화된다. 여기에 금 나노코랄 구조를 추가 성장시켜, 플라즈모닉 신호 증폭(특정 파장의 빛 에너지로 신호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까지 동시에 구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센서 기판은 2시간 이상 신호가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세척 이후에도 67% 정도의 감도를 보일 정도로 재사용성까지 확보했다.
AI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연구팀은 타액 속 70개 대사물질을 초고감도 스펙트럼 정보로 변환, 이 가운데 39개를 참조 데이터로 선정했다. 기계학습 모델을 통해 암 환자에 특이적으로 증가·감소하는 15개 바이오마커—티오시아네이트, 페닐알라닌, 메티오닌, 타우린, 푸코스 등—를 최종 도출했다. 예를 들어 티오시아네이트는 암 조직 내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와 연관되고, 메티오닌은 빠른 성장·DNA 합성을 반영한다. 반면 일부 아미노산은 암세포 대사로 농도가 감소하는 등, 질환 병리와 직결되는 생화학적 경향도 밝혀졌다.
기술적 차별성은 센서의 초고감도, 대사물질 신호의 AI 분석, 그리고 실사용 환경에서 재현성까지 모두 입증했다는 데 있다. 50명의 타액 샘플(환자 25명, 대조군 25명) 실험에서 곡선하면적 0.999, 5회 반복 검증에서도 93% 이상의 정확도를 거뒀다. 기존 액체 생검(혈액 내 종양 DNA 검출) 대비 두경부암의 특이한 대사 패턴을 정밀 포착했다는 점에서, 혈액 검사로 판별이 어려웠던 암들도 포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타액·호흡 공기 등 비침습적 바이오마커 기반 암 진단 연구가 활발하나, AI·그래핀·금 나노구조를 통합한 초고감도 센서 플랫폼이 임상에서 높은 신뢰도를 입증한 사례는 드물다. 미국 MSKCC, 영국 NHS 등도 액체 생검 및 AI 진단을 단계적으로 병행 중이지만, 타액만으로 이 정도의 정확도를 보인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선도적이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향후 식약처 허가, 다기관 대규모 임상을 통한 재현성 입증, 의료기기 인증 획득이 실제 상용화의 관건으로 본다. 데이터 활용 윤리와 개인정보 보호, AI 진단의 법적 기준 마련 등도 정책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플랫폼은 진단비용 절감, 환자 편의성, 의료 접근성 개선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신호 증폭 센서와 AI 분석 결합 기술이 암 진단 패러다임까지 바꿀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준욱 교수는 “기존 방식 대비 크게 간소하고 정확한 비침습 진단법”이라며 “조기 진단과 환자 삶의 질 개선에 직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호상 교수 역시 “그래핀과 금 나노구조 결합 센서로 미량 대사물질까지 초고감도 검출이 가능하다”며 “플랫폼을 확장해 다양한 질환 바이오마커 발굴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