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거품 붕괴 땐 면역 기업 없다”…미국 뉴욕증시, 엔비디아 실적 앞두고 기술주 급락과 변동성 확대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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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현지시각 기준 미국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거품 논란 재점화와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경계감 속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AI 대표주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된 가운데, 소비와 고용 지표 부진,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축소가 겹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현지시각 1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98.50포인트(1.07%) 떨어진 46,091.74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5.09포인트(0.83%) 내린 6,617.32,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는 275.23포인트(1.21%) 하락한 22,432.85에 장을 마쳤다. 다우와 S&P 500은 4거래일 연속, 나스닥은 2거래일 연속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뉴욕증시, 엔비디아 실적 발표 앞두고 3대 지수 동반 하락…AI·기술주 약세 지속
뉴욕증시, 엔비디아 실적 발표 앞두고 3대 지수 동반 하락…AI·기술주 약세 지속

장 초반부터 AI 관련주의 고평가 논란이 다시 부상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됐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AI 거품 붕괴 시 영향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이 있느냐는 질문에 “면역이 있을 회사는 없다고 생각하며 이것은 구글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해 AI 업종 전반에 대한 경계감을 키웠다. 대니얼 핀토 JP모건체이스 부회장도 “AI 산업에는 아마도 밸류에이션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성장주 전반의 재평가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내 소비와 고용 둔화를 가리키는 지표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대표 소비·주택 관련 기업인 홈디포는 올해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대비 5% 감소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기존 전망이었던 2% 감소보다 악화된 수치로, 소비 여력과 주택 관련 수요 둔화 우려를 키웠다. 민간 고용업체 ADP는 지난 1일로 끝난 4주 동안 미국 민간 고용 예비치가 주당 평균 2천5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주 주당 평균 1만4천250명 감소에 비해서는 개선됐지만, ADP는 고용 흐름이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피터 터즈 체이스 인베스트먼트 카운슬 사장은 “상당히 가파른 하락을 보고 있다”며 “홈디포의 전망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투자자들은 내일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 숫자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AI 붐의 상징인 엔비디아 실적에 집중된 가운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AI 관련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반영된 셈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지수에 하방 압력이 가해졌다. 데이비드 모리슨 트레이드 네이션 선임 시장 분석가는 “기술 섹터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누르고 있고, 투자자는 다음 달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점 가격에서 빼고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뉴욕 시간 오후 4시 12분 기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50.6%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 66.9%에서 16.3%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요인이 겹치며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장중 한때 각각 1.47%, 2.10%까지 낙폭을 키웠다. AI와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장중 한때 3.37% 급락하는 등 기술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됐다. 다만 장 후반에는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요 지수의 낙폭이 일부 축소됐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최고 전략가는 자사 자료를 인용해 “개인 투자자가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주식을 사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주간 단위로 보면 지난 몇 주 동안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활동은 거의 2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의 저가 매수세는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 우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지수는 하락세를 지우지 못한 채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0.61%), 헬스케어(0.54%), 부동산(0.36%), 필수 소비재(0.15%), 커뮤니케이션(0.11%) 섹터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며 방어적 성격을 드러냈다. 반면 임의 소비재(-2.50%)와 기술(-1.68%), 산업재(-0.48%) 업종은 약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경기 민감주와 성장주의 동반 부진이 위험 회피 심리 확산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종목별로는 AI 대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각각 2.81%, 2.70% 하락해 AI 업종 전반의 조정 흐름을 상징했다. 두 회사는 이날 AI 모델 개발사 ‘앤트로픽’에 총 150억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100억달러, MS가 50억달러를 부담하는 구조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 부담과 밸류에이션 우려가 주가에 더 크게 작용했다.

 

성장주 전반에도 매도세가 번졌다. 테슬라는 1.88% 하락했고, 아마존은 4.43% 급락했다. 빅데이터·AI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널러지는 2.29% 내리며 고성장 기술주의 동반 조정 흐름에 합류했다. 반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A는 0.26% 하락에 그치며 대형 기술주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투자은행 루프 캐피털이 알파벳의 목표주가를 320달러로 상향 조정한 점이 주가 방어에 기여했다. 애플은 0.01% 하락한 보합권 수준으로 마감했는데, 중국에서 아이폰 17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7%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큰 폭의 조정을 피했다.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홈디포는 6.02% 급락하며 소비 관련주의 약세를 대표했다. 미국 소비의 체온을 가늠하는 대표 유통기업의 실적 경고가 나온 만큼, 시장에서는 향후 소매·주택 관련 지출 축소 가능성을 반영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방산주 록히드마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F-35 전투기 구매 소식이 전해지며 0.84% 상승해 전체 시장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정학적 긴장과 중동 지역의 군비 수요 확대가 방산주의 방어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장 변동성을 가늠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2.31포인트(10.32%) 급등한 24.69를 기록했다. 심리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20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투자자 불안 심리가 한층 고조된 상태를 보여준다. 기술·성장주 중심의 급락과 변동성 지수 급등은 지난 수개월간 이어져 온 AI 랠리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과 맞물리고 있다.

 

뉴욕 금융가에서는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AI와 기술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고용·소비 지표 둔화와 연준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관련 투자와 실물 경제 지표, 통화정책 기대가 복합적으로 얽힌 현재 국면을 글로벌 증시 방향성의 분수령으로 보며, 향후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과 연준의 정책 신호에 국제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조정이 일시적 숨 고르기에 그칠지, AI 주도 장세의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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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엔비디아#ai기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