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베트남 가방 속 숨진 20대 한국인”…MZ 조폭과 동남아 온라인 범죄의 교차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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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의 한 주택가에서 대형 가방 속 한국인 20대 남성 시신이 발견되며 한국과 동남아 일대에 얽힌 범죄 네트워크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현지에서 붙잡힌 용의자 가운데 1명이 경북 지역 폭력조직 소속 20대 조직원으로 확인되면서, 이른바 MZ 세대 조폭의 해외 진출과 동남아 온라인 범죄 단지 간 연결 구조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경찰청과 주호찌민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사건은 현지시간으로 23일 오후 4시께 호찌민 한 아파트 인근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파란색 대형 가방에서 악취가 난다는 경비원과 행인들의 신고가 접수됐고, 출동한 베트남 경찰이 가방을 열어 20대 한국인 남성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이 발견될 당시 가방을 끌고 이동하던 한국인 남성 2명이 주변에 있었으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택시를 타고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베트남 가방 시신 사건
베트남 가방 시신 사건

베트남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추적에 나섰고, 주변 이동 경로를 분석해 용의자 2명을 긴급 검거했다. 검거된 25살 홍씨는 경북권에서 활동하는 폭력조직 조직원으로, 경북경찰청의 관리 대상이었던 인물이다. 홍씨는 과거 범죄단체활동죄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붙잡힌 24살 조씨는 특정 폭력조직에 정식 가입된 인물은 아니지만, 대구 달서구 월배동 일대에서 조직원들과 어울려온 ‘조폭 추종 세력’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 모두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확인됐다.

 

숨진 A씨의 경력은 사건의 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캄보디아의 이른바 ‘웬치’ 일대에서 활동하며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국내 20대 폭력조직원과 동남아 온라인 사기 조직원이 베트남이라는 제3의 장소에서 마주하게 된 배경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불법 도박·스캠 조직과 그 안에서의 금전 갈등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베트남 경찰은 홍씨와 조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수사팀은 A씨가 언제, 어디에서 숨졌는지, 시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대형 가방에 담겨 이동됐는지, 또 사건 전후 이들의 동선과 연락망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시신이 상당 부분 부패한 상태였다는 점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과 법의학 감정도 병행 중이다.

 

우리 경찰은 사건 보고를 받은 뒤 베트남 수사당국과의 공조 체계를 가동했다. 경찰은 캄보디아 스캠 조직과의 연관성, 국내 폭력조직 자금 흐름, 피살자를 둘러싼 채권·채무 관계 등을 함께 들여다보며 정보 교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남아에 기반을 둔 온라인 범죄단지와 국내 폭력조직 사이에 인력·자금이 오가는 구조가 있는지, 또 이번 사건이 그 구조 속에서 벌어진 충돌인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26일 여러 매체를 통해 “현재는 현지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설명하며, 용의자 2명에 대한 국내 송환이 베트남 당국과 협의되는 대로 한국 경찰도 별도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유족 보호와 함께, 피의자 신병 확보 이후 살인, 시신유기 등 혐의 적용 범위와 향후 재판 관할을 조율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외 강력 범죄를 넘어, 젊은 세대 폭력조직원의 해외 진출과 동남아 온라인 범죄 허브의 결합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비교적 치안이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호찌민의 고급 주거지역이 하루아침에 시신 유기 현장으로 드러난 점도, 한국인들이 안심하고 찾던 동남아 도시의 안전 인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외교당국은 베트남 수사당국과 협조해 한국인 피해자 가족 지원과 함께 사건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외교부와 경찰은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동남아 주요 국가들과의 범죄정보 공유, 공동단속, 피의자 신병 인도 절차 개선 등 국제 공조 수사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현지 경찰과 우리 경찰의 공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국경을 넘는 조직범죄 구조를 어디까지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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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가방시신사건#mz조폭#캄보디아스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