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마른 그린”…PGA 더 센트리, 27년 만의 개최지 이동→플랜테이션 코스 떠난다
건조해진 공기와 변색된 페어웨이, 카팔루아의 고요함이 유난히 길어진 시간 속에서 마우이섬 골프장의 운명이 달라졌다. 반짝이는 잔디와 골퍼의 긴장의 무대였던 플랜테이션 코스는 극심한 가뭄 앞에 고개를 숙였다. 27년간 이어진 전통의 끈이 일시에 멈춰선 현장에는 아쉬움과 변화의 조짐이 교차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17일 공식 발표를 통해, 2025년 1월에 열릴 더 센트리 대회를 카팔루아 리조트 플랜테이션 코스가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플랜테이션 코스는 1999년부터 올해까지 26년 연속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장소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하와이 마우이섬에 강수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며, 올해 9월에는 물 부족 상태 2단계가 선포됐다. 이로 인해 골프장 물 공급이 전면 중단됐고, 잔디마저 갈색으로 변해 선수들은 물론 코스 관리팀 모두 깊은 난관에 봉착했다.

PGA 투어 관계자는 “계속되는 가뭄으로 잔디 관리가 더는 불가능해 대회 개최지가 불가피하게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플랜테이션 코스는 한때 라스베이거스, 칼즈배드 등에서 흩어져 치러지던 대회가 27년 전부터 ‘단일 개막지’ 체제를 마련한 이후 매해 스타들의 손끝과 드라마가 공존하던 무대였다. 지난 2024년 대회에서는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가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의 존재감을 높여 큰 의미를 더한 바 있다.
관계자들은 27년 만의 개최지 변경에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대회 일정과 새 장소는조만간 다시 알릴 예정”이라며 골프계의 관심을 모았다. 관중과 팬들은 아직 미정인 새 코스를 향한 기대와 더불어, 수많은 명승부가 이어졌던 플랜테이션 무대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말라버린 하와이의 바람과 바스라진 색의 그린, 남겨진 한숨 속의 플랜테이션 코스는 잠시 골퍼들의 발길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PGA 투어의 이번 대회 변화는 내년 1월 9일부터 새로운 이야기로 기록된다.